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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로 의원 첫 선출, 불복 없었다…술탄국 오만은 지금 [르포]

중앙일보

입력

칼리드 빈힐랄 알부사이디(왼쪽에서 두번째) 오만 내무부 차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무스카트 내무부 청사내 선거관리위원회 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칼리드 빈힐랄 알부사이디(왼쪽에서 두번째) 오만 내무부 차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무스카트 내무부 청사내 선거관리위원회 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술탄(절대군주·국왕) 왕국'인 군주국가 오만이 디지털 민주주의에 도전했다. 10년 전 지방의회(Municipal council)를 전원 선출직 의원으로 꾸린 오만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3기 지방의회 의원 선거의 투표의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걸프만의 주요 6개국(GCC, 사우디아라비아·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중 최초의 디지털 선거다. 중앙일보는 지난 23~27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를 찾아, 오만의 지방의회 의원 선거 과정을 지켜봤다.

오만 국민들의 투표가 한창 진행 중이던 25일 오전 10시, 내무부 청사에 위치한 선거관리위원회 본부에 들어서자 선거 상황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대형 스크린인 '인테캅(intekhab)'이 눈에 띄었다. 유권자들이 선거용 스마트폰 앱인 '인타킵(intakheb)'을 통해 투표하면, 그 결과가 매시간 정각마다 선거구별·연령별·성별 등 여러 항목으로 분석돼 인테캅에 업데이트됐다. 인타킵 개발에는 오만 최대 통신사인 국영 오만텔 등이 참여했다.

오만 지방의회 선거 당일 선관위 본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투표 관련 통계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서원 기자

오만 지방의회 선거 당일 선관위 본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 투표 관련 통계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있다. 김서원 기자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칼리드 빈힐랄 알부사이디 내무부 차관은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편리하도록, 선거 과정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적용했다"며 "오만의 자체 기술로 선거에 종이없는(Zero paper) 선거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것이 큰 의미다"라고 말했다.

오만이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은 IT 기술 개발 정책인 '오만 비전 2040'의 일환이다. 오만이 국가주도 사업으로 IT 기술 발전에 힘쓰면서, 수도 무스카트는 지난해 제25차 아랍 ICT 장관회의에서 '아랍 디지털 수도'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만 내무부는 "이번 전자투표를 통해 현대사회 건설의 새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한 외신 기자가 선거용 스마트폰 앱 '인타킵'에 접속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한 외신 기자가 선거용 스마트폰 앱 '인타킵'에 접속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유권자는 투표용 앱인 인타킵을 통해 전자신분증과 얼굴을 인증한 뒤,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를 했다. 전자투표와 동시에 자동 집계가 이뤄지다보니, 투표 종료 이후 곧바로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자는 126명으로, 주 하위 지방행정기구인 63개 윌라이야(시·군)별 선거구에서 각각 2명씩 선출됐다.

디지털 선거에는 투표소와 투표용지는 물론 개표 과정도 필요 없었다. 알부사이디 차관은 "선거 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당초 우려됐던 투표 결과 불복이나 부정선거 의혹 제기도 없어, 전자투표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 관련 시비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안도했다.

디지털 선거를 치르기엔 인프라가 부족했단 지적도 나왔다. 내무부의 IT·기술 담당은 "지난 7개월 동안 전자투표를 홍보했지만, 오만 전역의 네트워크 문제와 낮은 정치 참여도 등이 이번 선거에 한계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9.42%로, 2016년에 치러진 지난 선거(39.85%)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만 현지 언론이 사상 첫 전자투표로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를 대서특필했다. 김서원 기자

오만 현지 언론이 사상 첫 전자투표로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를 대서특필했다. 김서원 기자

오만의 술탄은 국가원수이자 총리로, 절대 권력을 쥐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 선거는 2011년 중동 전역에 퍼진 '아랍의 봄' 시위를 계기로, 2012년 처음 도입됐다. 다만 오만의 평의회에 입법권이 없는 것처럼, 지방의회도 지방행정에 조언만 할뿐 실질적인 권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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