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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랠리? 사탄 랠리가 덮쳤다"…우울한 세밑 증시, 따져봤다

중앙일보

입력

핀란드의 산타 클로스. [AP=연합뉴스]

핀란드의 산타 클로스. [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는 ‘산타 랠리’ 현상이 올해 실종됐다.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12월 들어서 뚜렷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산타클로스는 북극으로 돌아갔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통화 긴축이 예고되면서 내년에도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2월 한 달에만 7% 이상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4%대, 나스닥지수는 11%대 하락률을 기록하는 등 뉴욕증시 전반적으로 ‘우울한 12월’을 기록하면서 시장에선 ‘산타 랠리가 아닌 사탄 랠리가 찾아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CNN도 이날 “산타는 결국 우리 마을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1.93% 내린 2236.40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역시 12월 한 달 동안 9% 이상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산타 랠리 현상이 실종된 것이다.

78% 확률로 찾아왔던 산타랠리…“감정도 주요 요인”

통상적으로 산타 랠리는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계절적 현상을 의미한다. 넓게 보면 12월 월간 기준으로 오르는 것을 산타 랠리로 말하기도 한다. 일례로 팬데믹이 있었던 지난해에도 12월 한 달간 S&P500지수는 5%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역대 미국 증시를 돌이켜봐도 1년 중에 12월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포브스에 따르면 슈로더 투자신탁운용이 1926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대형주 총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12월에 수익을 올릴 확률이 77.9%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높은 11월(67.4%)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12월의 한 달 평균 실적은 1.60%였다. 반면 가장 확률이 낮은 달은 9월(51.6%)로, 월평균 실적은 마이너스(-)인 -0.69%를 기록했다.

산타 랠리의 원인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지만, 성과급을 받아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 분위기와 새해 경제 성장에 대한 희망 등이 겹치면서 촉발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브스는 “솔직히 연말에 주가가 오를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한 가지 이론은 단순히 우리 모두가 기분이 더 좋다는 것”이라며 “투자자 정서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감정’은 단기 가격 변동의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글로벌 리스크’에 길 잃은 산타

하지만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럽발(發) 에너지난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전 세계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까지 단행하면서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졌다. 그렉 바숙 AXS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부정적이고 혼합된 경제 데이터,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더 큰 우려, 계속되는 지정학적 긴장, Fed의 통화 정책 등 모든 것이 산타의 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종목별로는 미국의 테슬라가 이달 16일부터 27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27일 기준 전장 대비 11.41% 급락한 109.10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2020년 8월(108.07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71% 이상 폭락했고, 이번 달에만 42%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산타 랠리도, 1월 효과도“지나친 믿음 금물”

시장에선 ‘1월 효과’ 기대감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연말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산타 랠리와 비슷하게 통상 연초인 1월에도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이 반영되면서 증시가 개선되는 효과다. 하지만 미 Fed가 당분간 통화 긴축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내년 2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까지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부정적 시선이 많다.

일각에선 개인투자자들이 산타 랠리나 1월 효과와 같은 불확실한 전망에 지나친 기대감을 갖고 투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석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도 엄연히 금융 시계열이기 때문에 계절성은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과거 상승했던 달의 비율, 또는 평균 수익률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당 계절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칫 개인투자자와 같은 비전문가를 오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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