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유층이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사진)를 웃돈을 주고 싹쓸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산 약품이 사업 파트너, 친지 등의 환심을 살 ‘관시(關係·인적 네트워크)’ 관리용 선물 1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부유층이 고령의 부모, 가족, 친구, 사업 파트너 등을 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팍스로비드 상당량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승인한 유일한 외국산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현지에서 ‘귀한 몸’이다. 일부 고급 개인병원에서는 한 상자(5일분)당 8300위안(약 152만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5일분에 530달러(약 67만원)로 가격을 책정한 것의 배 이상이다. 그나마도 물량이 달려 완판되기 일쑤다. 베이징 오아시스 국제병원에서는 이달 재고분 300상자가 24시간 만에 매진됐다.
FT는 “건강한 사람이 선물용으로 사들인 게 상당수”라면서 “인기 있는 술인 마오타이보다 더 탐난다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사업주는 “친구로부터 이달 두 상자를 선물받았는데 그 친구도 간부들을 위한 고급 병원에서 구한 것이라고 한다”고 FT에 전했다. 원래 이 약은 경미한 코로나19 증상을 치료할 때 처방되지만 중국에선 건강 상태가 심각해야 사용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팍스로비드 쟁탈전이 중국의 건강 불평등을 상징한다고 짚었다. 진둥옌 홍콩대 교수는 “약의 사용이 권력과 부에 의해 결정돼선 안 되며,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