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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전기·가스 이어 대중교통…내년 공공요금발 고물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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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새해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8년 만에 300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4월 말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 300원씩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는 2015년 6월 지하철 요금 200원, 버스 요금 150원을 인상한 바 있다. [뉴스1]

새해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8년 만에 300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4월 말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 300원씩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는 2015년 6월 지하철 요금 200원, 버스 요금 150원을 인상한 바 있다. [뉴스1]

정모(42)씨는 11월치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본 후 ‘난방비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정씨는 “전기·난방·수도 모두 지난해보다 덜 썼는데 관리비는 더 올랐다”며 “춥다고 12월과 1월에 평소처럼 보일러를 돌리다간 관리비 폭탄을 맞겠다 싶어 큰방과 아이 방 말고는 종일 난방을 꺼두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한파가 다시 몰려오고 있다. 내년 전기·가스요금을 시작으로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요금까지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신선식품 물가도 불안하다. 설 대목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정부는 내년 1월 물가 충격을 예고했다.

29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당분간은 높은 수준의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1월엔 각종 제품 가격의 연초 가격 조정, 동절기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에 더해 이른 설 연휴를 앞두고 성수품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물가 상방 압력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방 차관은 “정부는 성수품 중심 물가 안정과 겨울철 취약계층 생계 부담 경감을 목표로 설 민생안정대책을 준비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

서울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

올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1월 5%까지 내려왔다. L당 2000원을 넘나들었던 휘발유·경윳값이 1500~1700원대로 하락한 데다, 기저효과 영향도 컸다. 그러나 잦아드는 듯했던 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장 큰 변수는 공공요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내년 1분기(1~3월) 적용하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30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8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전기요금 인상 수준에 대해 “가계·기업에 큰 충격이 가지 않는 범위”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상당 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산업부 추계에 따르면 30조원대 한전 적자를 해소하려면 내년 전기요금을 적어도 ㎾h(킬로와트시)당 51.6원 올려야 한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 ㎾h당 19.3원의 3배에 육박한다.

다만 이 장관은 “한전의 적자 해소 차원에서 요금 인상 폭을 앞 분기 쪽에 높이는 것이 좋지만, 동절기라는 변수가 있다”며 “전기를 많이 쓰는 동절기에 전기료를 너무 많이 올리면 취약·저소득 계층이 힘들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내년 4월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 300원씩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8년 만의 요금 인상이다. 시는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 적자가 심한 데다 정부가 내년에도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농산물 물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배추·무·한우 등 농축산물 가격은 공급량 증가 덕에 최근 안정세를 보이지만 ‘폭풍 전야’다. 이달 중순 이후 한파와 폭설이 주요 농산지를 덮친 데다 설 대목도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 채소가 특히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정보 12월호’에서 내년 1월 배추와 무 출하량은 평년(5년 평균) 대비 1.4%, 4.5% 각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도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원유 수입 제한, 가격 상한제로 대표되는 대(對) 러시아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대규모 감산 등 돌발 변수가 남아 있어서다. 기재부가 현행 37%인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한 것도 석유류 가격 상승 요인이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중으로 따지면 올해보다 낮겠지만, 당분간 5% 안팎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고물가→고금리→경기 위축’ 악순환이 한동안 이어진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가고 있는 ‘끈적한 고물가(Sticky Inflation)’ 현상이 한국에서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 번 오른 물가가 좀처럼 내리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하는 걸 뜻한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요금과 내년 3월 임금 협상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장 교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지난해 공공요금 인상을 정부가 상당 부분 막아왔는데 한국전력·가스공사 부채 때문에 이젠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내년 3월 임금 협상도 물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변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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