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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면에 나선 ‘대기업 장남들’…미래 먹거리 챙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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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기업 3·4세 오너 경영인들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맡거나 승진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장남)은 지난 1일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 사장은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구축 등 신사업 분야를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장남 최인근씨는 SK E&S 전략기획팀 평사원(매니저)으로 근무하고 있다. SK E&S는 재생에너지·청정수소·에너지솔루션 사업을 전개한다. 최 회장은 ‘탈탄소 사회’를 강조해왔는데, 화석에너지·이동통신 기반의 사업군을 친환경에너지 등 그린 분야로 전환하는 데 최씨가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지난 15일 정기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롯데는 식품·유통·서비스 기반의 사업구조를 화학·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확대하고 있는데, 신 상무는 일본지사에 근무하며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사업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우주항공·방산사업을 이끌고 있다. 석유화학·금융·건설 기반이던 그룹의 체질을 바꾸려는 것이다. 최근 방위산업 계열사를 한데 묶고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것도 김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현대가(家)에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27일 발표한 그룹명 변경(현대중공업→HD현대)을 직접 챙겼다고 한다. 사업구조도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자율주행 미래 선박, 에너지 분야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선박 엔진 사업에 강점이 있는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미래 먹거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유통·식품 업계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 리더(임원급)가 주목을 받는다. 그는 최근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K-푸드의 글로벌 확산 등을 총괄하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도 지난 27일 승진(수석부장→상무)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는 기존 제과 중심의 사업군을 글로벌 식품업으로 확대하는 등의 업무를 주로 맡을 예정이다.

3·4세 오너 경영인들은 탈권위와 실용을 앞세운 경영 스타일로도 화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수행원 없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고, 구내식당을 찾아 MZ세대 직원의 고충을 듣고 챙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평소 직원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라고 불러달라”고 당부한다. 또 현장에서도 무릎을 굽혀 직원의 설명을 경청하는 모습도 보인다. 직원들과 셀카(정기선 HD현대 사장)를 찍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하는 등 전에 없던 모습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3·4세 경영인 앞에 놓인 경영 환경이 달라진 만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장은 “이들에겐 앞으로 10~20년을 먹고살 신성장동력을 만드는 과제가 놓여 있다”며 “신사업을 적기에 진행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더십이 변화한 만큼 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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