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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워케이션 뜨고, 지역 축제는 1년 내내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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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22년도 며칠 안 남았다. 연초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멸되나 싶었는데, 코로나 사태를 4년째 바라보고 있다. 3년을 바이러스와 살고 보니 여행레저 부문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여행의 본질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지는 것인데, 여행과 생활 나아가 여행과 업무를 병행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일보 레저팀 기자 세 명이 2022년 여행레저 부문 7대 뉴스를 선정했다. 돌아보니, 올해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뻔한 표현을 빌릴 수밖에 없겠다.

2022년 여행레저 7대 뉴스

276만 명 몰린 청와대

청와대는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을 시작해 현재까지 276만 명이 찾았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을 시작해 현재까지 276만 명이 찾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최고의 관광 상품은 누가 뭐래도 청와대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문을 연 뒤 지난 26일까지 276만4542명이 다녀갔다. 일평균 방문객은 1만4000명 수준. 지난해 경복궁 관람객이 100만 명이었는데, 청와대는 불과 44일 만에 100만 명을 불러모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도 있었지만, 74년 만에 열린 금단의 구역을 구경하려는 열망은 막지 못했다. 관람자가 몰리면서 예약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고, 무료 관람권을 웃돈 얹어 거래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청와대 본관과 국빈 만찬이 열리던 영빈관은 개방 초기 1시간 이상 대기해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청와대 개방 후 경복궁역 일대와 효자동 등 주변 상권이 3년 만에 호황을 누렸고, 청와대 뒤편 북악산을 찾는 등산객도 곱절 이상 늘었다. 6월 청와대 관람 제한 인원을 하루 4만9000명으로 확대했고, 개방 초기와 같은 반짝 인기도 사라지면서 안정적인 관람 체계가 자리 잡았다.

되살아난 해외여행

무비자 여행이 시작된 10월 이후 방일 여행객이 급증했다. 도쿄 하라주쿠 거리. [EPA=연합뉴스]

무비자 여행이 시작된 10월 이후 방일 여행객이 급증했다. 도쿄 하라주쿠 거리. [EPA=연합뉴스]

관광업계에서는 올해를 포스트 코로나 원년으로 삼는다. 단체 모임과 출국을 막았던 장벽이 비로소 걷혔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자 출국자가 폭증했다. 10월 77만 명, 11월 104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지난해보다 5~7배 증가한 숫자다.

PCR 검사 의무가 있을 때는 유럽이나 동남아, 괌, 사이판이 인기였다. 최근에는 일본 여행이 봇물 터졌다. 일본 정부가 10월 11일 입국자 규제를 해제한 뒤부터다. 지난달 방일 한국인은 11월 31만5400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1월보다 53.8%나 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0년만 해도 코로나가 관광업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작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베트남 다낭 39만원, 튀르키예 99만원. 이런 식의 저가 패키지 상품이 되살아났다. 3년 가까이 빙하기를 경험한 여행사들이 품질이 아니라 가격으로 과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냉탕 온탕 오간 지역 축제

여름 축제의 대명사 ‘보령머드축제’는 한 달간 약 135만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백종현 기자

여름 축제의 대명사 ‘보령머드축제’는 한 달간 약 135만 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백종현 기자

지역 축제는 1년 내내 혼란을 거듭했다. 우선 봄. 창원 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 등 유명 봄꽃 축제는 3년 연속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달랐다. 행사는 취소했으나 산책 나온 인파까지는 막지 않았다.

여름에 들어선 주요 지역 축제가 일제히 개막했다. 보령머드축제는 축제 기간을 열흘에서 한 달로 늘려 왁자하게 축제를 치렀다. 축제 기간 약 135만 명이 방문했다. 장흥 물축제, 화천 토마토축제도 3년 만에 흥겨운 난장을 벌였다.

가을엔 축제가 다시 중단됐다. 평창 효석문화제가 폭우 탓에 메밀 농사를 망치자 개최를 포기했다. 이태원 참사가 터진 뒤론 전국의 핼로윈 관련 행사와 축제가 일제히 중단됐다. 그 여파가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처럼 3년 만에 재개하는 겨울 축제도 있으나 사고를 우려해 축제를 포기한 지역도 많다. 포항 호미곶 해돋이 축제, 당진 왜목마을 해돋이 축제는 취소됐다.

신드롬 낳은 소울리스좌

무표정과 대비되는 발랄한 몸짓과 멘트로 일약 스타가 된 ‘소울리스좌’ 김한나 씨. 장진영 기자

무표정과 대비되는 발랄한 몸짓과 멘트로 일약 스타가 된 ‘소울리스좌’ 김한나 씨. 장진영 기자

레저업계 올해의 인물은 단연 ‘소울리스좌’다. ‘영혼 없어 보이는(Soulless)’ 눈빛과 달리 발랄한 춤사위와 현란한 멘트를 소화하는 에버랜드 알바생 김한나(23)씨에 대중은 열광했다. ‘머리! 젖습니다~’로 시작해 ‘아~마~존조로존조로존’으로 끝나는 속사 랩은 전 국민이 따라 하는 유행어였다. 신드롬의 서막이 된 에버랜드 알바 영상은 유튜브가 발표한 ‘올해의 최고 인기 동영상’ 1위에 올랐다. 현재 조회 수는 2500만 건에 달한다.

소울리스좌 열풍은 단순한 인기를 넘어 사회현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노력’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 ‘번아웃’에 빠진 젊은 세대의 공감대를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무심한 듯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고’ ‘영혼을 갈아 넣지도 않고 주인 의식도 없지만, 할 일은 하는’ MZ세대 직장인의 모습을 봤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약 스타가 된 김한나씨는 지난 5월 에버랜드 유튜브 공식 채널 ‘티타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생태관광 전성시대

걷기 여행이 다시 유행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제주올레 완주자가 이전보다 늘었다. [사진 제주올레]

걷기 여행이 다시 유행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제주올레 완주자가 이전보다 늘었다. [사진 제주올레]

등산과 걷기여행의 인기는 여전했다. 제주올레 완주자는 지난해에 이어 또 늘었다. 올 11월까지 완주자가 4590명 나왔다. 지난해 전체 완주자(4464명)보다 많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올 11월까지 제주올레 완주자는 모두 11만832명으로, 2012년 제주올레가 완성된 이후 집계한 전체 완주자 1만721명의 68.7%를 차지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립공원 탐방객도 꾸준히 늘었다. 올 11월까지 전국 22개 국립공원 탐방객은 366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했던 2020, 2021년에는 북한산·계룡산·치악산처럼 대도시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이 인기가 높았다. 올해는 월출산(98.5% 증가), 지리산(34.0% 증가), 한라산(31.1% 증가), 한려해상(19.0% 증가) 같은 남부지방 국립공원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 기간 위축됐던 장거리 여행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레고랜드

레고랜드는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 주목받았으나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레고랜드는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 주목받았으나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연합뉴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1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처음에는 국내 첫 상륙한 글로벌 테마파크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개장 초기 입장 대기 줄이 500m 이상 늘어서는 ‘오픈런’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레고랜드 누적 방문객은 8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당초 ‘연간 200만 명’을 외쳤던 강원도 발표와는 차이가 크다.

레고랜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완공까지 걸린 시간만 11년이었다. 레고랜드(5월 5일 개장)와 레고랜드 호텔(7월 1일 개장)은 차례로 가동을 시작했지만,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진행하는 유적공원·박물관 조성 사업은 첫 삽도 못 뜨면서 ‘반쪽 개장’ 꼬리표가 붙었다.

9월 말엔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에 들어간 공사비 2050억 원의 보증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강원도가 보증 채무를 이행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부정적인 인식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생활이 된 여행

강원도, 제주 등지에서 휴가와 일을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이 확산 중이다. [사진 강원도관광재단]

강원도, 제주 등지에서 휴가와 일을 동시에 하는 ‘워케이션’이 확산 중이다. [사진 강원도관광재단]

장기 체류와 살아보기 여행이 떴다. 트렌드에 맞춰 문체부도 전남 해남, 강원도 속초 등 10개 도시와 생활관광 활성화 사업에 나섰다. 한옥이나 민박에서 자고, 걷기여행이나 장 담그기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박 이상 생활관광 체험객 중 71%가 “재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숙식비 외에 13만5000원(1인 평균)을 지출했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병행하는 ‘워케이션’도 유행했다. 특히 IT와 레저 기업이 워케이션에 적극적이다. 한화리조트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2~4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야놀자는 직원 300명에게 일주일 워케이션 기회를 제공했다.

강원도·제주도 등 지자체도 워케이션에 적극적이다. 강원도와 강원도관광재단이 기획한 워케이션 특화 상품은 올해 2만2801박 판매를 기록했다. 강원도관광재단 원문규 관광마케팅실장은 “내년에는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회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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