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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여파…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430조 날아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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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4.89%와 430조원.

올해 코스피 수익률과 한 해 동안 사라진 코스피 시가총액이다. 산이 높았던 탓에 골이 깊었던 것일까.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던 코스피는 4년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그냥 약세가 아니었다. 치욕스러운 기록도 썼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코스피는 전산화(1987년)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1996년(-26.24%)·1997년(-42.21%) 아시아 외환위기 국면과 2000년(-50.92%) 닷컴 버블 붕괴, 2008년(-40.73%) 세계금융위기 이후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낙폭은 2008년(772.66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741.25포인트)로 컸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29일도 시장은 맥을 못췄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93% 떨어진 2236.40에 마감했다. 기다렸던 산타는 마지막 거래일에도 오지 않았다. 전날 2300선을 내준 코스피는 이날 낙폭을 키우며 2250선도 지키지 못했다. 미국 애플이 신저가를 경신하고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코스피는 올해 그야말로 하락의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최고점이 1월 4일(2989.24)일 정도다. 한때 2100선도 위태로울 정도였다. 올해 코스피 최저점은 9월 30일의 2155.49이었다.

코스피의 저승사자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다. 긴축의 가속 페달을 급격하게 밝으며 저금리에 익숙해진 시장과 경제 참여자를 패닉으로 몰고 갔다. 지난 3월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차례 연속 끌어올리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2022년이 시작되기 직전 Fed 점도표(FOMC 위원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제시한 2022년 말 미국 기준금리가 연 0.75~1.0%였던 걸 복기해보면 시장 참여자가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할 정도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수퍼 달러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을 강타한 이런 충격은 지난해에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가 적어도 3300선, 높게는 3600선까지 치솟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했다. 지수의 자유낙하를 목격한 뒤에야 뒤늦게 눈높이를 낮췄다. 국내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의 등락 예상 범위를 2000~2600대로 예상한다.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소속 애널리스트들과 내놓은 ‘2022년 나의 실수’라는 반성 보고서에서 “올해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욕의 한 해를 보낸 2022년 말 기준 코스피 시총은 1767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6조원(19.8%) 쪼그라들었다. 시총 순위 변동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의 18.68%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고, 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SK하이닉스·LG화학이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위에서 4위로, NAVER가 3위에서 9위로 밀렸다. 코스피 등락률은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27개국 중 25위에 그쳤다.

코스닥 시장의 성적표는 더 참담했다. 연초 1033.98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닥은 679.29로 장을 마감했다. 1년 새 34.30% 하락한 것이다. 코스닥 시총은 315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31조원(29.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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