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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감독 유작, 아들 손 거쳐 완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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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故) 신상옥 감독의 미공개 유작 ‘겨울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 신프로덕션]

고(故) 신상옥 감독의 미공개 유작 ‘겨울 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 신프로덕션]

신상옥(1925~2006) 감독의 미완성 유작 ‘겨울 이야기’가 아들 신정균(59) 감독의 손을 거쳐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2004년 영화 촬영을 마친지 19년 만의 개봉이다.

2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신정균 감독은 “5년 전부터 개봉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가 닥치면서 미뤄졌다”면서 “신상옥 감독님 작품 중 유일하게 개봉 못한 옥에 티가 이제야 해소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조동관 촬영감독과, 김지운 감독의 누나로도 알려진 주연 배우 김지숙(중앙대 공연예술학부 교수)도 함께했다.

신 감독은 “신상옥 감독님이 이 작품을 찍은 후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 편집까지 하셨는데 러프한(미완성) 상태에서 손을 놓게 되어 저와 조동관 촬영감독이 마지막으로 다듬는 부분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면서 “필름으로 찍은 영화여서 디지털 상영을 위해 복원 작업 등을 거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신상옥 감독님의 손길이 닿은 신 감독님 작품이다. 우리가 마무리한 것처럼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는 신 감독. [연합뉴스]

199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는 신 감독. [연합뉴스]

조동관 촬영감독은 “신상옥 감독님이 고등학교 은사인데 이 작품이 갑자기 유작이 돼버리는 바람에 가슴이 아팠다”면서 “당시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 가겠다고 하셔서 최선을 다해 찍었다”고 돌이켰다.

‘겨울 이야기’는 신상옥 감독이 치매 노인과 돌봄에 짓눌린 가족의 고통을 집요한 일상 묘사를 통해 그린 작품이다. 일본 작가 아라요시 사와코의 소설 『황홀한 사람』이 원작으로, 배우 신구가 치매에 걸린 아버지, 김지숙이 연극배우 남편과 맞벌이하며 시아버지를 돌보는 며느리 역을 맡았다. 50년 넘게 70여 편 작품을 선보인 충무로 거장의 마지막 눈길이 죽음보다 더 두려운 치매에 머물렀던 셈이다.

김지숙은 “이 영화를 보면서 울 줄 몰랐는데 계속 눈물이 났다”면서 “촬영 당시엔 치매가 우리 사회에 그렇게 중요한 화두가 아니었기 때문에 멋모르고 아버지 병환에 온 가족이 끌려가는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아파하고 보내드리는 과정을 치매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는 우리 시대 마지막 가족 영화가 아닐까”라고 감상을 밝혔다.

당시 신상옥 감독이 치매 증세 악화 과정을 소화해낸 신구 등에게 자꾸 “힘 빼라. 연기하지 말라”고 해서 연기자들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화장도 안 한 채 다 내려놓고 연기했다는 김지숙은 “신 감독님이 배우를 늘 편안하게 해주셨지만, 스태프들에게는 늘 예민하게 요구를 많이 했다. 최은희 선생님이 오시면 현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고 회상했다.

‘겨울 이야기’가 촬영된 2004년은 박찬욱·봉준호·김지운 등 새로운 감독의 등장과 함께 한국 영화산업이 급성장한 시기다. 신정균 감독은 “대기업들이 영화 산업을 주도하던 시대인데 상대적으로 원로 감독들의 영화 제작 상황이 열악했다”며 “‘겨울 이야기’도 어머니(최은희)는 제작비도 조달하기 어렵고 신상옥 감독님 나이도 있는데 몸 상한다고 굉장히 반대하셨는데 감독님이 몰래 준비할 만큼 열정적이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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