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독자위원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2월 회의가 지난 27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 주재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한 달간 보도된 중앙일보 콘텐트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지하철·민노총·화물연대 파업과 경제 위기 보도와 관련한 의견이 많았다.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5년 동안 통하던 ‘떼법’ 안 먹히자, 무기력해진 민노총”(12월 12일자 6면) 등 민주노총·화물연대 파업 보도가 많았다. 이번 파업에 문제가 있고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여기서 그친 것 같다. 기업들과 화주,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짚어줘야 하지 않았나. 안전운임제 같은 경우 놔두면 폐지하는 건데 그에 따른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 지하철 파업도 시민 불편, 안전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고, 노조가 교통공사가 구조조정을 유예한다니까 파업을 접었다. 공사 적자, 구조조정 필요성 등 문제는 남아있는 데 파업이 구조적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보도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와 관련 “‘공짜 지하철’ 손실 2040년까지 17조원…국고 보전 공방”(12월 2일자 18면, 6일자 29면) 등 공짜 지하철 문제를 보도했는데 승객의 20%에 이르고 고령화는 급속화되는데 계속 관심을 갖고 보도해 해결해야 한다.

이영주
▶이영주 전 서울대 인권센터 상담소장=“법관회의 ‘대법원장, 법원 추천 후보자 중 법원장 임명해야’”(12월 6일자 6면), “‘김명수 측근도 도입 반대’…밥그릇 싸움된 법원장 추천제”(12월 12일자 12면) 기사를 눈여겨봤다. 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이후 법관의 유일한 승진이다. 그런데 법원조직법에는 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판사 인사권을 대법원장에 부여할 뿐 추천제에 관해선 내용이 없다. 법이 대법원장 임명제를 규정하는 상황에서 선거제랑 임명제 사이에 판사 인기투표 결과를 반영한 어정쩡한 추천제를 시행해 논란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기사에선 김명수 체제 6년간 정작 중요한 법원의 사법 서비스 기능이 떨어졌다, 김 대법원장 취임 뒤 1심 선고에 2년 이상이 걸린 장기미제 사건이 민사는 5배 늘고 형사는 2배로 늘었다고 지적한다. 사법 서비스 기능 저하가 다른 재판부보다 앞서가지 않으려는 법원의 문화, 법관의 근무 자세가 바뀐 영향이 크다는 분석들도 있다. 독립성이 각별히 보장돼야 하는 법원 인사 문제라도 언론이 사법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는 인사의 문제점에 관해서 꾸준히 감시하고 비판하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필요하다.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불신, 확증 편향이라고 생각하는 데 중앙일보 1면에 두 개의 머리기사가 나란히 게재됐다. “사실 여부는 관심 없다…여론 만드는 여론조사”(12월20일자 1면), “문 정부 아파트값 통계도 조작 정황”(12월 20일자 1면)이다. 첫 기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근거 없는 헛소문을 지적하며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된다는 취지로, 여론조사 자체를 없앨 수 없는 현실적 상황도 기사는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만 보는 독자들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정말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자괴감을 더 들게 만드는 기사가 아닐까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두 번째 지난 정부의 통계 취사선택, 정치적 해석 문제도 근본적인, 궁극적인 정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머리기사 제목을 뽑을 때 비판의 대상, 비판의 타깃을 좀 정교하게 설정하는 고도의 전략적 고민을 한 번 더 하면 어떨까라는 주문을 해본다.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연금 개혁 관련 복지전문기자가 “일본 100년 튼튼연금 만든 비결은 ①정부 리더십 ②정보 공개 ③보험료 단계 인상”(12월 27일자 8면) 기사로 일본 연금개혁 사례를 우리 상황과 비교해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잘 부각시켰다. 연금은 정치인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덜 내고 더 받는데 익숙한 상황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꾼다는 것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일본이 고령화라든지, 장기적인 소득 침체, 경제 침체 상황에서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한 좋은 기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문재인 케어 개혁 관련 “묻지마 MRI, 새벽 환자 깨워 찍고 판독 외주 맡겨”(12월 17일자 1면)는 병원에서 24시간 검사까지 할 정도로 진료 행위가 남발되고, 건보 진료비 부담으로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병원은 병원대로 수익 증대를 위해서 무분별하게 검사하는 삼박자가 맞는 문제를 부각했다. 앞으로 문 케어를 어떻게 보완할지, 즉 원상회복,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엎질러진 물을 어떤 형태로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가 기사에서 잘 지적된 것 같다.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다크웹·보안메신저·코인…3대 플랫폼 ‘그놈’ 비밀통로 됐다”(12월 5일자 6면)는 이 플랫폼들이 어떤 방식으로 마약과 성범죄 등에 이용되고 있는지 많은 취재를 했고, 자세한 내용을 다뤘으며, 실제 분석을 통해 현실을 잘 드러낸 좋은 기획기사였다. 아쉬운 건 기사의 제목이다. 왜 굳이 ‘그놈’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해야 했을까? 중앙일보는 2007년 6월12일자 10면에서 “천박함 부추기는 ‘그놈’ 신드롬”에 대해 비중 있게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영화, 소설, 대통령까지 그놈이라는 비속어를 평상어로 사용하면서 발화자 스스로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결론 내렸다.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중앙이라는 권위와 품격을 위해 가급적 비속어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가장 역할 아이들 43% ‘가족돌봄지원받은 적 없어’…전문가 ‘법적 지원근거 마련을’”(12월 19일자 8면)은 가족 돌봄을 지원받아야 하는 조손, 한부모 가정 등 돌봄 대상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기사이다. 이들의 60%가 중·고생으로 나타났으며 학업·취직 등을 해야 할 상황에 영케어러로서 돌봄을 해야 하기에 성장할 기회들을 놓치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응답도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기사가 문제점 현황과 미흡한 시스템, 특별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등의 당장 실효성이 없는 내용들로 마무리하고 있어 아쉽다.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갓난아기 연봉 1000만원 시대”(12월 14일자 1면)는 저출산 해결 방안으로 만0세 아동 월70만원, 만1세 아동 월 35만원(2024년 각 100만원, 50만원)을 ‘부모수당’으로 지급받게 된다는 내용을 다뤘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수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우선 영아수당(30만원) 및 영육아보육료(49만9천원) 등 기존 수당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데 부모수당으로 변화라면 큰 차이는 0세 영아에서만 나타나게 된다. 전문가도 논의하는 것처럼 출산한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출산을 결심하게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런 포퓰리즘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보육과 양육을 사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생명과 관련한 특히 자살 등을 다룰 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장은 홀로된 어르신 챙기고, 상인은 번개탄 구입자 살핀다”(12월 7일자 14면)는 내용은 객관적으로 다뤘지만 소제목을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라고 하이라이트 함으로써 조심스레 접근하려는 기자의 태도가 보여서 그 마음이 따뜻하고 좋았다. 이와 달리 “저를 덜 힘들게 해주세요. 10대 암 환자, 존엄사 선택 늘었다”(12월 14일자 10면)는 제목부터 삶 대신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으로 읽힌다. 또 존엄사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전반적으로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기사라 조심스럽다.

김준영
▶김준영 위원장=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해 가는 시점에서 중앙일보가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고, 더 분석적으로 조명해 왔다고 생각한다. 새해엔 저희들이 더 큰 기대를 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중앙일보가 내걸고 있는 현장의 진실을 더 적극적으로 미래와 선진국 관점에서 파헤쳐준다면,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공공개혁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이것이 미래를 위한 개혁이고, 선진 사회를 위한 사회 인프라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 이견이나 충돌을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여기에 우리 미래 세대의 역할과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관련 기사에 미래 세대들의 목소리를 더 좀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