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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팔찌 끊고 도주 김봉현, 48일 만에 동탄서 검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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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봉현

김봉현

검찰이 지난달 11일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던 라임사태 주범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48일 만인 29일 붙잡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이날 오후 3시57분께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아파트를 덮쳐 김씨를 검거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검거 당시 김씨는 잠옷 차림으로 아파트에 혼자였다. 첩보를 입수한 수사관들이 문을 따고 들어가자, 김씨는 9층 베란다 창틀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수사관들이 붙잡자 욕설과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탈출하려 했는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를 추적하며 압수수색 50회와 100여 명의 통신내역을 분석했다. 중국 밀항 가능성도 제기됐다. 검찰은 밀항 시도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는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주범이다. 2020년 5월과 8월에 수원여객 자금 240억여원과 라임에서 투자받은 400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각각 기소됐다. 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김씨는 지난해 7월20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났다. 검찰은 김씨에게 2017~2018년 광주 등지에서 비상장주식을 판매하겠다며 9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추가로 적용해 올해 9, 10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는커녕, 다른 범죄 재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도주 우려가 계속 제기됐지만, 법원은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은 결국 지난 10월 26일 “김씨가 중국 밀항을 준비한다는 내부자 진술이 확인됐다”며 법원에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그런 와중에 김씨는 지난달 11일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법원은 뒤늦게 보석을 취소했지만 허사였다. 검찰은 전담팀을 꾸려 김씨 행방을 쫓는 한편, 도주를 도운 김씨 조카와 누나 등 조력자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김씨 친척과 측근들이 도주 계획을 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이들을 범인도피 혐의로 처리하는 게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친족 또는 동거가족이 범인을 은닉·도피하게 한 죄를 범할 땐 처벌하지 않는다’(형법 151조 2항)는 법 규정 때문이다. 검찰은 고심 끝에 김씨 조카를 우선 공용물건손상(형법 141조) 혐의로 구속하는 묘안을 짜냈다. 전자팔찌 훼손을 도운 점을 근거로 공범으로 처리했다. 김씨 누나에 대해서는 여권 무효화 조치와 함께 인터폴 적색수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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