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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의료계로 수사 확대, 공직자·축구선수·배우도 연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규모 ‘뇌전증(간질) 병역면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이 의료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병역비리 합동수사팀 확대와 함께 병역기피자에게 허위 진단서를 떼어 준 의료기관 종사자까지 엄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대검찰청은 29일 “이원석 총장이 대검에서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으로부터 대규모 병역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직접 보고받고,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을 확대하고 병무청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며 “공평하게 이행돼야 할 병역의무를 면탈한 병역기피자, 검은돈으로 신성한 병역 의무를 오염시킨 브로커와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전날(28일) 이 사건 지휘라인을 형사부에서 반부패강력부로 바꾸고 전문 수사관을 서울남부지검에 파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 진단서 허위 발급 등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다수의 사례를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가담자가 다수 포착되자 이달 초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은혜)와 병무청 특사경은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본격화했다.

허위 뇌전증 진단서로 병역을 면제·감면받은 사람과 이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병역 면탈 방법을 일러준 브로커 등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만 현재까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구속된 직업군인 출신의 브로커 행정사 구모씨는 서울 강남구에 병역 문제 관련 사무소를 차리고 인터넷 광고까지 했다. 또 다른 브로커인 행정사 김모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의료계 관계자들이 브로커와 짜고 조직적으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찾아간 병역브로커 구씨·김씨의 서울 역삼동·반포동 사무실은 실제로는 공유오피스일뿐 이들이 상주하는 행정사무소가 아니었다. 주소지만 빌려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건물 호수로 사업자등록을 한 뒤 포털사이트 전문가 중개 서비스나 블로그 등을 통해 ‘병역의 신’ 등의 이름으로 자신을 홍보했다.

병역 기피 의심자 중엔 의사·법조인·고위공직자 자녀들은 물론 프로축구 K리그 주전급 선수와 20대 배우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연루 사실이 알려진 프로배구 선수인 조재성(27·OK금융그룹)씨는 전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는 병역비리 가담자”라고 혐의를 시인했다. 조씨가 4급 판정을 받은 사유도 뇌전증이었다. 그는 다음 달 5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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