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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카톡 먹통’ 두 달 만에...“소상공인엔 현금, 전 국민엔 이모티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상공인에겐 현금, 전 국민엔 이모티콘.

카카오가 지난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발생 76일 만에 무료 이용자에 대한 보상 계획을 밝혔다.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 이용자들과 자율 합의한 첫 보상 사례다. 향후 무료 정보기술(IT) 서비스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1015 피해지원 협의체' 회의에서 기념 촬영하는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송지혜 카카오 카카오톡 부문장,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 카카오 제공

카카오 '1015 피해지원 협의체' 회의에서 기념 촬영하는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송지혜 카카오 카카오톡 부문장,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 카카오 제공

무슨 일이야

카카오는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관련 서비스 장애에 대해 피해지원 계획을 29일 발표했다. 보상은 ▶국내 일반 이용자 ▶소상공인 등 서비스 장애로 영업 피해가 난 비즈니스 파트너 등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다.

◦ 일반 이용자라면 : 약 47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국내 일반 이용자에게는 총 5577억원 규모의 디지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우선 별도 신청 없이도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다음달 5일부터 이모티콘 총 3종(영구 1종, 90일 2종)을 제공받게 된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상품 구매시 쓸 수 있는 쿠폰 2종(2000원, 3000원)과 카카오톡의 데이터 관리 서비스인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월 1900~2500원)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은 서버 안정성을 위해 우선 300만명에게 선착순 지급하고, 신청자가 많으면 추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 피해 입은 소상공인이라면 : 서비스 장애로 영업에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카카오는 매출 손실 규모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카카오에 피해를 접수한 소상공인의 경우, 영업이익률과 대체 서비스 유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카카오 점유율 등에 따라 매출 손실 규모를 산정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 장애로 입은 매출 손실이 30만원 이하이면 3만원을,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인 경우 5만원을 지원한다. 피해 규모가 50만원 초과인 소상공인은 피해지원 협의체의 검토와 피해 입증을 통해 추가 지원을 결정한다. 이와 별개로 전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는 5만원 상당의 무상 캐시를 지급한다. 카카오에 피해를 접수한 소상공인은 약 8000명 선이다. 이날 발표된 보상안은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등 계열사의 피해 지원책과는 별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남궁훈(왼쪽), 홍은택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남궁훈(왼쪽), 홍은택 당시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 10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① 무료 플랫폼의 첫 보상: 이번 보상안이 주목을 끈 이유는 피해 범위가 방대한 데다 무료 서비스의 별도 보상 규정과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는 플랫폼 업체가 제공하는 부가통신서비스 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 규정이 없다. 하지만 4700만명이 불편을 겪은 서비스이다 보니, 보상 요구가 거셌다. 결국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무료 이용자에 대해서도)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가닥이 잡혔다. 이번에 카카오가 내놓은 보상안은 향후 무료 정보기술(IT) 서비스 장애 발생시 보상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무료 이용자에 대한 보상의 법적 근거가 부족한 탓에, 경영진의 배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경우에 협의체를 통해서 보상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었고, 이사회가 승인했기에 배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② 민간의 자율 합의 보상: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이 아닌, 기업과 이용자 간의 민간 협의체를 통해 자율적으로 보상 합의에 이른 사례다. 카카오와 산업계, 소비자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1015 피해지원 협의체’는 이번 보상안 수립을 위해 2개월간 10여 차례의 회의를 열고 8만 여건의 피해 접수 사례를 분석했다.

협의체에 참여한 김기홍 소상공인연합회 감사는 “협의체의 논의는 카카오를 영업 플랫폼으로 선택해 사용해온 소상공인들의 실질적 피해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며 “카카오가 법의 논리로 보상 여부를 다투지 않고, 소상공인 피해에 공감하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기에 오늘의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연합뉴스

카카오톡. 연합뉴스

앞으로는

이번 보상안은 IT 업계 역대 최대 보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초 카카오가 파악한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액은 약 400억원 수준이었으나,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도 결정하면서 이모티콘 등 일반 이용자에 대한 지급액만 55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당시 KT가 유뮤선 가입 이용자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피해 보상액은 350억~40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디지털 아이템의 특성상 지급시 기업에 미치는 실질적인 손실이 크지 않고, 카카오 서비스 이용에 쓰인다는 점에서 현금 보상과는 차이가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별도로 신청해야 하는데, 아직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서 전체 총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