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창업의 길을 택한 1990년대생,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태동한 90년대에 태어나 청소년기에 스마트폰 혁명을 경험한 이들은 이전 세대 창업자들과 무엇이 다른가. 이들은 현재의 혹한기를 견뎌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중앙일보 ‘팩플 인터뷰’에선 국내 대표적인 90년대생 창업팀 6곳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이들이 도전하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소개한다.
※ 중앙일보 팩플이 펴낸 PDF 전자책『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에서는 창업자 인터뷰 외에도 이들에게 투자한 벤처투자자들의 코멘트와 각 스타트업에 대한 취재기자들의 평가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PDF 전자책은 The JoongAng Plus 구독 회원이 되시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헬스케어 수퍼 앱이다”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 ‘닥터나우’는 2020년 11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풍운아처럼 등장했다. 그간 미국·일본·중국 등에선 가능했지만, 국내에선 법·규제에 막혀 있던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놀라운 속도로 일상생활에 끌어들인 것. 최초의 비대면 진료 앱이란 타이틀을 가진 것도 아닌 후발주자였음에도 닥터나우는 누적 이용자 900만 명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광폭 성장은 정부가 2020년 2월 원격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호재 덕에 수월하게 큰 것만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후죽순 쏟아졌던 비대면 진료 앱 30개 중 닥터나우의 성장 속도나 성장 폭에 견줄 앱은 드물다. 사용자들은 닥터나우 앱의 편리한 기능과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강점으로 뽑는다. 투자금은 소프트뱅크벤처스·네이버 등에서 누적 520억원을 유치했다.
닥터나우를 이끄는 장지호(25) 대표는 97년생 Z세대이자 여전히 의대생이다. 대기업도 주저하던 원격진료 시장에 겁 없이 뛰어든 그는 “힘든 점도 많지만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과 만족감으로 하는 서비스”라고 말한다.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같은 거대 직역단체의 반대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사업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그는 “다 설득할 수 있고 지금도 잘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플 땐, 119 다음으로 닥터나우를 떠올리게 만들겠다’는 Z세대 창업가 장지호 대표를 만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미래와 닥터나우의 가능성을 물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술로 생명 구하는 일만큼 중요한 ‘서비스’
누적 이용자 수 900만 명을 모은 닥터나우는 ‘디지털 헬스케어 수퍼 앱’을 목표로 한다. 꿈이 작지 않기에 이 회사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다른 기술 서비스에 비해 척박하고 복잡하다.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태생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저마다 이유와 사정이 있는 규제와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국만의 얘기도 아니다. 구글 · 페이스북 ·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헬스케어 사업에 도전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접거나 축소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