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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책보따리’ 풀면 세계 평화부터 개인 힐링까지 뚝딱 ‘평화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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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를 해야 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 주말엔 세계 평화부터 개인 힐링까지 아우를 수 있는 도서관 나들이를 준비했습니다.

평화도서관에서는 세계 평화부터 개인적 힐링까지 다양한 평화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평화도서관에서는 세계 평화부터 개인적 힐링까지 다양한 평화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6·25 한국전쟁의 아픔이 남아있는 평화관광지, 임진각에서 임진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 보면 평화를 주제로 한 도서관이 있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DMZ 근처이자 한국전쟁 때 중국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평화도서관을 비롯해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 소극장, 갤러리, 책방, 북카페를 갖춘 ‘평화를 품은 집’(평품집)이 자리한 곳이다.

신발을 벗고 평품집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안내데스크가, 맞은편엔 평화 관련 도서를 판매하는 평품책방이 있고 그 아래로 복층 구조의 평화도서관이 이어진다. “평화도서관만 봐도 되지만 이왕이면 제노사이드 역사자료관의 전시를 보고 나면,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고를지 감이 올 것”이라는 송명화 매니저의 팁에 자료관으로 가봤다. 역사자료관과 다락갤러리를 합쳐 입장료는 단돈 3000원.

자료관 이름이기도 한 제노사이드는 의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특정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말살하기 위해 학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1946년 국제연합(UN) 총회에서 국제 범죄라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 100년간 일어난 세계의 제노사이드 중에서도 희생자 수가 30만 명이 넘고 특정 종족이나 구성원의 멸살이 최종 목표였던 아르메니아·난징·홀로코스트·캄보디아 킬링필드·르완다 5개 지역의 대학살에 대해 사건 개요부터 사진·영상·증언·도서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국내 전시 공간엔 제주4·3과 한국전쟁기의 학살,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자료가 즐비하다.

다락갤러리에 오르면 상설전인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닥종이 인형으로 만나는 위안부’전과 기획전까지 볼 수 있다. ‘닥종이 인형으로 만나는 위안부’전은 포근한 닥종이 인형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여성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내도록 돕는 전시다.

평화도서관에서는 세계 제노사이드 등 역사적 사건과 배려, 편견, 차별, 인권, 더불어 사는 삶 등의 주제별로 서가를 운영한다.

평화도서관에서는 세계 제노사이드 등 역사적 사건과 배려, 편견, 차별, 인권, 더불어 사는 삶 등의 주제별로 서가를 운영한다.

다시 내려와 벽면 서가를 보면 평화도서관의 특이한 도서 배치에 대해 감이 온다. 황수경 평화를품은집 평화도서관장은 “평화라는 키워드로 어떻게 뭘 할까 고민하다 흔히 외면하는 아프고 불편한 과거를 알려 나가자, 마음먹고 현지와 오래 소통하며 모은 자료로 국내 유일 제노사이드 자료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자료관·갤러리를 둘러보고 더 알고 싶어진 사람들을 위해 해당 사건을 주제로 한 도서를 바로 옆에 비치했어요.” 자료관 옆으로 면한 벽면 서가에는 각각의 제노사이드부터 한국전쟁·위안부·세월호까지 개별 사건에 관한 책들이 줄지어 있고, 그 뒤로 전쟁과 평화, 통일, 더불어 사는 삶 등에 대한 책이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중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열람 공간이 나온다. 이곳 서가엔 배려·편견·차별·인권을 주제로 한 책이 모였다. 서가 주변으로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관련 전시를 작게 선보인다. 황 관장은 “어떤 책이 평화 책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평화도서관은 질문하는 서가를 운영한다”며 “평화 관련 그림책은 노랑·초록 띠를 둘렀는데, 그 책을 읽은 누군가가 ‘이건 차별에 관한 책이야’라고 생각하면 그 이유를 포스트잇에 적어 책에 붙이고 따로 빼두죠. 그 이유가 타당하면 카테고리가 바뀌어요”라고 설명했다.

황수경 평화를품은집 평화도서관장은 평화·인권 등 어려운 개념을 ‘책보따리’ 형식으로 풀어 책과 놀이를 결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황수경 평화를품은집 평화도서관장은 평화·인권 등 어려운 개념을 ‘책보따리’ 형식으로 풀어 책과 놀이를 결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벽에 붙은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 그림책과 카드놀이 홍보 포스터를 보자 흥미가 생긴다. 독서교육 전문가이기도 한 황 관장은 평화·인권 등 어려운 개념을 ‘책보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책보따리는 주제별로 책과 놀이를 결합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독서 프로그램. 세계 평화부터 개인적 힐링까지 주제에 맞는 책과 놀이도구가 보자기에 싸여있다. 책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가족 간 대화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놀이가 함께니 주제가 무거워 섣불리 꺼낼 수 없는 책도 열심히 보게 된다고. 한켠에 수십 개의 책보따리가 놓여있는데, 황 관장은 “가족 등 방문객의 연령·관심사·인지단계 등을 살펴 맞춤형으로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미리 전화로 상담·예약하면 좋다”고 귀띔했다.

한 층 더 내려가면 국내외 그림책을 비롯해 ‘평화를 위한 작은 전시회’라고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만든 평화책 팝업북 등을 볼 수 있다. 신간도서 코너 아래에는 평화도서관에 온 어린이들이 꼭 찾는 공간이 있다. 어른은 허리를 한참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비밀 독서실이 그곳. 도서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가니 황 관장은 시간을 넉넉히 두고 방문할 것을 권한다. “사실 온종일 봐도 다 못 보고 가요. 진득하게 평화 이야기를 살필 분들을 위해 1박 2일 ‘북스테이’도 운영합니다. 평화도서관에서 책 보고 게임도 하고 가슴 뜨겁게 느끼고 머리 아프면 뒷산 산책도 하며 책과 내 이야기가 섞이는 신선한 경험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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