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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게임 철수에…"내 일자리 어쩌냐" 中백수들 난리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에서 하루 200여만 명이 즐기던 인기 온라인 게임이 내달 하순 종료되면서 '나비효과'로 실업자가 속출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해당 게임 서비스의 중단 여파로 '게임 대행업'까지 망할 상황이라면서다.

28일 일본 분슌온라인에 따르면 중국에서 17년간 사랑받아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WoW·와우)'의 중국 내 서비스가 내년 1월 23일 종료된다. 이는 게임개발업체 블리자드와 중국 운영업체 넷이즈의 계약만료에 따른 것이다. 분슌온라인은 "코로나 19 상황과 관계없이 원래 외출도 하지 않고 게임만 하던 일부 중국 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운영되는 게임대행 '공작실'의 모습. 게임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는 구조다. 공작실은 주로 중국의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 위치해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중국에서 운영되는 게임대행 '공작실'의 모습. 게임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뢰인에게서 돈을 받는 구조다. 공작실은 주로 중국의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 위치해 있다. 사진 바이두 캡처

약 한 달 뒤 서비스가 종료되면 그간 쌓인 게임머니, 캐릭터 등 데이터도 다 날라간다. 앞서 2009년 중국 내 운영사가 바뀔 때도 일시 종료가 된 뒤 재개됐는데 당시에도 데이터 저장이 안 돼 모든 계정이 제로 상태가 됐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탓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실망이 크다고 분슌온라인은 전했다. WoW 게임은 현재도 하루 115만~232만 명의 중국인이 즐길 정도로 인기지만 현재로선 넷이즈를 대체해 서비스를 계속할 운영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중국 운영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리자드는 넷이즈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 "양사 조건이 합의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중국의 개인 정보 보호법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에서 얻은 자국 인터넷 이용자의 데이터를 타국에 반출하는 일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고객 데이터가 자산인 게임 회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지난 11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한 대학생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한 대학생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 AP=연합뉴스

WoW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거대한 '게임 대행시장' 종사자들에게도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게임 이용자 수가 약 6억5000만명인 중국에선 의뢰인에게 돈을 받고 게임 내 캐릭터를 관리하거나 아이템을 대신 획득하는 서비스업이 활발했다. WoW 출시 초창기에는 20대였지만 지금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느라 바쁜 30~40대 게임 애호가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알려진다.

이런 수요 덕분에 중국 소도시, 농촌에는 게임 대행업체인 '공작실'이 수천 곳 이상 있다. 공동주택 방 한 칸에 데스크톱 PC를 여러 대 놓고 게임에 매진하는 모습이 쉽게 목격됐다.

분슌온라인은 "출근은 싫고 게임은 하고 싶은 백수 청년들이 이 일을 택했다"면서 "비교적 단순한 게임 대행은 시간당 20엔(약 190원)이면 의뢰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개발업체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가 내놓은 컴퓨터 게임을 내년 1월 23일부터 중국에서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고 공지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게임개발업체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가 내놓은 컴퓨터 게임을 내년 1월 23일부터 중국에서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된다고 공지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공작실 한 곳의 월 매출은 5만 위안(약 910만원)이다. 직원 월급은 3000위안(약 55만원)~5000위안(약 91만원)이다. 올해 상하이 최저임금(월 2590위안·월 47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분슌온라인은 "중국에서 단순히 게임이 아닌 일자리 생태계"라고 전했다.

향후 WoW 게임이 종료되면 중국 내 공작실 매출은 8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WoW만큼 중국 내에서 활발한 게임 대행시장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 형성 초기에 10~20대였던 공작실 직원들도 이제 서른을 넘겼다는 점이다. 분슌온라인은 "태어나서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단순노동자를 구하는 일터도 젊은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이들은 이번 게임 종료로 실업자가 될 위기"라고 전했다. 지난달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7.1%로 전체 도시 실업률(5.7%)보다 세 배 높았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젊은이들은 줄어드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 AFP=연합뉴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젊은이들은 줄어드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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