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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100억, 내년도 '한국 방문의 해' …15년 중 8년이 이렇다

중앙일보

입력

손민호의 레저터치

지난 12일 서울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열린 한국방문의해 선포식 장면.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 중에서 8년을 한국방문의해로 살게 됐다. 뉴스1

지난 12일 서울 하이커그라운드에서 열린 한국방문의해 선포식 장면.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 중에서 8년을 한국방문의해로 살게 됐다. 뉴스1

윤석열 정부 관광정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12월 12일 있었던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와 14일 열린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지난 대선 때 관광 부문은 공약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정부 출범 이후에도 눈에 띄는 관광 이슈가 없었던 터라, 어떤 비전이 나올까 내심 궁금한 참이었다.

국가관광전략회의와 관광공사 사장 간담회에서 확인한 윤석열 정부의 관광 키워드는 두 가지다. ‘규제 완화’와 ‘K관광’. 규제 완화가 국정 전 분야에서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의 핵심 어젠더라면, K관광은 윤석열 정부의 관광 브랜드다. K관광은 K컬처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와 호감도를 한국관광 수요로 전환하는 정책을 뜻한다. ‘K팝 아이돌 출연 메가콘서트’ ‘K컬처 이벤트 100선’ ‘전 세계 50개 도시 K관광 로드쇼’ 같은 이벤트를 열어 365일 K컬처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이들 이벤트 중에서 메가 이벤트는 한국방문의해 사업이다. 내년과 내후년이 한국방문의해 기간으로, 내년 예산만 100억원이 들어간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 중에서 8년을 한국방문의해로 살게 됐다.

대표적인 방탄투어 성지인 강원도 강릉 향호해수욕장. 방탄소년단이 2017년 발표한 ‘유 네버 워크 얼론’의 앨범 재킷을 여기에서 촬영했다. 방탄소년단은 사진 촬영 뒤 버스 정류장 세트를 철거했는데, 아미가 촬영장을 찾아내면서 텅 빈 해변을 찾는 전 세계 아미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일보에서 2018년 6월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뒤늦게 이 한적한 해변이 방탄투어 성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강릉시가 부랴부랴 포토 존을 설치했다. 여전히 이 버스 정류장 앞에는 인증 사진 찍으려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손민호 기자

대표적인 방탄투어 성지인 강원도 강릉 향호해수욕장. 방탄소년단이 2017년 발표한 ‘유 네버 워크 얼론’의 앨범 재킷을 여기에서 촬영했다. 방탄소년단은 사진 촬영 뒤 버스 정류장 세트를 철거했는데, 아미가 촬영장을 찾아내면서 텅 빈 해변을 찾는 전 세계 아미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앙일보에서 2018년 6월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뒤늦게 이 한적한 해변이 방탄투어 성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강릉시가 부랴부랴 포토 존을 설치했다. 여전히 이 버스 정류장 앞에는 인증 사진 찍으려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손민호 기자

전 세계 한류 팬이 1억5660만 명이라니(2021년 한국국제교류재단), K컬처야말로 K관광의 킬러 콘텐트일 테다. 하나 K컬처가 우리나라 관광의 대표 콘텐트로서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를테면 K컬처의 대명사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여행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관광 당국이 제작한 지도 한장이 없다. 중앙일보가 ‘방탄투어 지도’를 전국판과 서울판 두 번 제작했는데, 두 번 모두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에 의지해야 했다. 해외 아미도 방한할 때 국내 아미의 SNS 채널을 뒤진다.

정부는 한국 여자 프로골퍼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골프 특화 관광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K관광만의 고급 콘텐트 상품으로써 골프관광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2018년부터 국가관광전략회의가 모두 7차례 열렸는데, 외래 방문객 유치를 위한 골프관광은 처음 나온 아이디어다. 문체부 관계자에 내막을 물었더니 “막판에 고위 관료의 지침이 있었다”고 귀띔해줬다. 국내에서 1박2일 골프 여행을 하는 비용보다 태국 3박4일 골프 패키지상품이 더 싼 지금, ‘특별하고 고급한’ 골프관광 상품이 얼마나 성공할지 자못 궁금하다.

지난 14일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관광전략회의

국가관광전략회의는 관광기본법에 의거해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정례 회의다. 의장이 국무총리고, 문체부·기재부·국토부·외교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참석한다. 2018년 1월 첫 회의가 열린 이래 해마다 두 번씩 회의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상반기 회의를 건너 뛰고 12월 12일 7차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12일 열린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윤석열 정부 첫 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아쉬운 건 정부가 발표한 목표다. 2027년까지 외래 방문객 3000만 명과 관광수출액 300억 달러 달성. 구호처럼 내지른 목표가 공허해 보일뿐더러,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반하는 목표여서 걱정스럽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단체관광보다 개별여행이 대세가 됐고 방문객 수보다 여행 비용이 더 중요해졌는데, 정부는 5년 안에 외래 방문객 최고 기록 1750만 명(2019년)의 171%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관광수출액 목표는 역대 최고액 207억 달러의 145% 증가에 그친다. 질적 성장보다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옛날처럼 싸구려 패키지 장사를 하려는 것이냐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 캐나다, 스페인 같은 관광 선진국은 더이상 방문객 숫자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래도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관광 친화적이라 할 수 있겠다.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백두산 개발이란 꿈만 꾸다 지나가 버려서다. 윤석열 정부는 관광산업이 ‘서비스산업 중 유일한 5대 수출산업’이란 팩트부터 인정하고 전략을 세웠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은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관광수출액 207억 달러를 달성해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자동차부품 산업 다음으로 수출액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 ‘관광은 5대 산업’이란 인식이 분명하단 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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