춰야 할 춤이 있다…76세에도 다리 180도 찢는 현역 무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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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업'의 시니어 주인공. 2023년 새해를 앞두고 나이 때문에 괴로운 이들에게 권할만한 영화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픽사 애니메이션 '업'의 시니어 주인공. 2023년 새해를 앞두고 나이 때문에 괴로운 이들에게 권할만한 영화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오늘의 예순은 과거의 마흔이다(60 is the new 40).” 뉴욕타임스(NYT) 지난 24일 자에 등장한 말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나이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의미로 북미권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내 나이가 어때서” 정도가 아닐까. 물리적 나이와 무관하게, 심신의 체력만 기른다면 60대 역시 40대와 같은 생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NYT가 이 말을 꺼낸 건 미국 전역에서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젊은이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미식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톰 브래디 선수가 4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의 톰 브래디 같은 존재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꾸민 기사다. 셀럽과는 거리가 먼 장삼이사들이지만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삶을 살고 있는 백전노장들이다. 응급구조사부터 무용수, 제빵사와 예술가 등 중, 세 명을 추려 소개한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 역시 1942년생으로 곧 81세가 된다. 이들은 이렇게 물을 법하다.

“은퇴?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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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필연으로…70세의 응급구조사

캘리포니아 가데냐에 거주하는 제시 이자귀레(70)는 젊은 시절 다소 특이한 분야의 사진작가로 생계를 이었다. 앰뷸런스가 출동하는 사건·사고 현장의 사진을 찍어 현지 신문사에 장당 5달러에 판매했다고 한다. 앰뷸런스가 출동하면 그도 따라갔다. 그렇게 수개월을 앰뷸런스와 함께한 그에게, 응급구조대원 한 명이 제안을 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일하는 게 어때요?” 그는 사진기를 내려놓고 흰 가운을 입었다. 그렇게 앰뷸런스를 탄 지 어언 반세기. NYT의 추산에 따르면 응급 구조대원의 중위 연령(median age)는 33세. 70세인 그의 나이는 노장 중에서도 으뜸이다.
그 사이 그가 살린 환자들은 수백명이 넘는다. 그가 앰뷸런스 안에서 출산을 도운 아기 숫자는 10명에 달한다. 우연히 잡은 기회가 필생의 천직이 된 셈이다. 그는 NYT에 이렇게 말했다. “사실 많이들 물어봐요. 은퇴는 언제 할 거냐고. 그럼 내 답은 이렇죠. ‘내가 몇 살에 은퇴를 하든 말든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소?’ 음, 농담이고, 진짜 답은 이래요. ‘은퇴는 영원히 하고 싶지 않아요.’”

뉴욕타임스(NYT)에 등장한 '내 나이가 어떄서'의 주인공 중 일부. [the New York Times 캡처]

뉴욕타임스(NYT)에 등장한 '내 나이가 어떄서'의 주인공 중 일부. [the New York Times 캡처]

춰야 할 춤이 남아있다…76세의 무용수

몸이 무기인 무용수는 유독 은퇴 연령대가 빠르다. 하지만 그것도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일뿐. 다이앤 매킨타이어는 그 기준을 거부한다. 클리블랜드에 기반을 두고 뉴욕 등 다양한 곳의 무대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그는 76세의 현역 무용수다. 재즈 댄스를 본업으로 삼으며 양다리를 180도 이상으로 오버 스트레칭하고, 뛰고 돌고 날았다. 하지만 70대 하고도 6년이 지난 지금의 춤은 사뭇 다르다. 뛰는 높이나 스트레칭 되는 각도는 줄었을지언정, 춤의 깊이는 더해졌다.

후배 무용수들의 멘토링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는 그는 NYT에 “장수는 축복이면서 재능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몸에 맞는 움직임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표현하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언제쯤 은퇴할까? 매킨타이어 본인도 아직 모른다. 그는 NYT에 “내 안의 무언가가 ‘아, 이만하면 됐다’고 내게 속삭여줄 때까지, 나는 만족을 모르고 계속 춤을 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1942년 생이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1942년 생이다. EPA=연합뉴스

“주말이 제일 싫다”는 벌목꾼, 나이는 82세  

벌목엔 근력이 필수다. 노하우가 쌓이는 연륜도 중요하지만, NYT에 따르면 현역 벌목꾼 연령대는 42세에 피크를 찍는다. 82세의 현역 벌목꾼, 얼 폴락이 새삼스러운 까닭이다. 폴락은 80대인 지금도 불도저를 직접 몰고, 벌목 현장을 지휘한다. 10대 때부터 해온 일을 7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셈이다. 지겨울 법도 하지 않을까. 그는 NYT에 “천만에”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말이지 기자 양반, 제일 싫은 게 주말이야.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해놓고 싶어서 좀이 쑤신단 말일세.”

그렇다고 얼 폴락 씨를 ‘라떼 꼰대’라고 폄하하면 곤란하다. 그는 뼛속까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현직 벌목꾼일 따름이다. 자신의 기준을 젊은 후배들에게 강요하진 않는다는 게 적어도 그의 주장이다. 그는 “예전엔 에어컨이나 히터 없이도 잘만 일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단 말이야”라며 “나는 24시간 내내, 일을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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