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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집 갔다가 구속기로…'더탐사' 취재일까 주거침입일까

중앙일보

입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취재하겠다며 자택을 방문했던 유튜브 언론 채널 ‘더탐사’가 결국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대장 이충섭)는 지난 26일 더탐사 강진구·최영민 공동대표에 대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은미)는 지난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29일 오후 3시부터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동의 없이 방문해 초인종을 누른 '더탐사' 강진구·최영민 공동대표에 대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은 한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동의 없이 방문해 초인종을 누른 '더탐사' 강진구·최영민 공동대표에 대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진은 한 장관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

강·최 대표는 지난달 27일 한 장관의 서울 도곡동 아파트 현관문 앞까지 접근, 초인종을 누르고 잠금장치 등을 만지면서 한 장관을 부르다 반응이 없자 돌아갔다. 이들은 이 같은 행동을 직접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고, 이를 확인한 한 장관이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들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한 장관의 동의 없이 자택 앞까지 무단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23일, 26일 세 차례에 걸쳐 이들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배경에는 압수수색 당시 강 대표 등이 압수 대상인 자신의 휴대전화를 냉장고 속에 숨겨놓았다 발각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탐사는 한 장관 자택 방문 영상에서 “공동현관이 열려 있었고, 엘리베이터 출입 카드는 다른 입주민이 눌러줬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방문 목적을 “취재”라고 말하면서도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이라며 보복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이 검찰의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청구를 일부 인용해 강 대표가 2개월간 한 장관의 자택으로부터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원중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부장판사는 “피해자(한 장관) 주거는 피해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함께 동거하는 곳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의 주거 안정과 평온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행위자(강 대표)의 행위는 취재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관점에서 스토킹 행위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시했다. 강 대표 측이 불복해 제기한 항고는 이날 기각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언론 채널 '더탐사'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는 취재 목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잠정조치 청구에 대해 일부 인용하면서 "취재만을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하는 강 대표 등의 모습.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언론 채널 '더탐사'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는 취재 목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잠정조치 청구에 대해 일부 인용하면서 "취재만을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두하는 강 대표 등의 모습. 연합뉴스

사건이 진행되면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취재원 사는 곳을 찾는 것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부터 불법이냐는 논란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경우 ▶공동주택 공용 부분도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의 주거’에 해당하고 ▶거주자나 관리자가 모르게 비밀번호로 출입이 제한된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 목적·경위·시간 등을 고려할 때 주거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라면 주거침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단독주택 등 외부와 분리된 주거지와 달리 아파트의 경우 현관문만 열면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만큼 개별 현관까지 들어가 나오라고 한다든지 계속 문을 두드린다면 취재의 수단과 방법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추가 소명이 없다면 정당한 취재 목적이라는 위법성 조각(阻却·물리침) 사유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상의 기준을 언론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취재상 편의를 위해 초인종을 누른다든가 노크를 하는 정도면 상관없겠지만, 주먹으로 친다든가 잠금장치를 만지는 등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얼마든지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집 앞까지 찾아가 취재원이나 취재원의 가족은 물론 이웃의 평온까지 깨뜨리는 건 취재 윤리에도 맞지 않고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리적으로 주거침입에 해당하더라도 자택 방문이 정당한 목적·수단으로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더탐사의 경우 취재의 필요성보다는 상대방을 괴롭히려는 목적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유튜브의 경우 상업적으로 조회수와 후원만을 노리는 곳도 많지 않으냐”며 “취재의 의도나 필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종합적으로 볼 때 합리적인 선으로 판단된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주거침입의 경우 법리상 취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폭넓게 인정되는 편”이라면서도 “국가가 취재 활동에 대해 압수수색이나 구속 등 강제 처분까지 하면서 형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유튜브 채널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걸 고려하더라도 민사가 아닌 형사로 분쟁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공론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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