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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달 착륙”과 실향민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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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최경호 내셔널팀장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 바다 맞은편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KSLV-1)가 솟아오르자 방문객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고도 302㎞ 궤도에 올려진 나로과학위성은 1시간 25분 후 위치확인 신호를 보냈다.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와 위성의 발사 성공을 알린 순간이다.

당시 한국의 ‘스페이스 클럽’ 가입을 남다른 감정으로 지켜본 이들이 있다. 삶의 터전을 나로우주센터 부지로 내준 고흥군 하반마을 주민이다. 이들은 사람들이 발사 성공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선산까지 옮겨가며 떠나온 고향에서 우주의 문을 열었다는 게 흐뭇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주 전 하반마을 이장이던 노문성(73)씨는 “마을을 떠난 후 주민 상당수가 전국 곳곳을 떠돌며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1일 누리호의 발사 성공 모습. [중앙포토]

지난 6월 21일 누리호의 발사 성공 모습. [중앙포토]

나로호 발사 성공 후 9년 10개월여가 흐른 지난 21일. 정부는 제22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국내 3곳을 우주산업 클러스터로 지정했다. 고흥을 중심으로 한 전남은 발사체, 경남은 위성, 대전은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로 만드는 게 골자다.

우주산업 클러스터에는 우리나라의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엔 우리 손으로 만든 착륙선을 화성에 보내는 걸 목표로 잡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후인 2032년 달 착륙에 이어 화성에 우리 손으로 착륙선을 보내겠다는 취지다. 지난 27일에는 한국의 첫 달궤도선 ‘다누리’가 임무 궤도에 안착하면서 달 착륙에 대한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정부 발표 후 가장 기대감이 높아진 곳은 고흥이다. 정부는 2031년까지 발사체 클러스터인 고흥에만 1조6084억원을 투입한다. 나로우주센터 인근에는 3800억원을 들여 172만9174㎡(약 52만평)의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를 짓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발사장을 확충할 여건이 빼어난 것을 고흥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민간기업의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해선 3500억원을 들여 민간발사장과 연소시험장, 조립동 등도 구축한다. 최근 북한 무인기 침공 후 불거진 드론부대 문제 등을 해결할 열쇠도 민간과 함께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고흥은 국내 유일의 나로우주센터가 있어 발사체 클러스터의 최적지로 꼽혀왔다. “나로호(2013년 1월)와 누리호(2022년 6월)의 발사 성공을 일군 우주산업의 요람”이라는 자긍심도 높다. 이런 우주를 향한 발자취를 되짚을 때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가 미래 우주 비전을 세운 토대에는 실향민의 눈물과 희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