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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북 무인기 한 대 왔으면 우린 2~3대 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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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비서실, 안보실 참모와의 회의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그것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앞서 열린 과기정통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비서실, 안보실 참모와의 회의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그것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앞서 열린 과기정통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그것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진행한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핵이 있다고 주저하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29일에는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다.

이는 국군 통수권자로서 북한 무인기 침범으로 인한 안보 불안감을 차단함과 동시에 북한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군의 감시·요격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고받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를 찾는다는 일정을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사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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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발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보의 중요성은 여러 번 반복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응 차원에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낸 건 적을 굴복시키기 위한 창(槍)”이라며 “원점 타격과 확전 위험도 각오해가며 국민을 지키겠다는 통치 수반으로서의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군의 무능력한 대응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내부 문책론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 관계자는 “군이 보다 확고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민을 위해 군이 보여줄 수 있는 기강 확립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조가 있었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잇따른 북한의 도발로 9·19 군사합의 무용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로 공군 정찰을 못 하게 돼 있는데, 위반이 일상화된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며 “이날 회의에선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갔다”고 말했다. 다만 일련의 도발로 윤 대통령이 내세운 대북 기조인 ‘담대한 구상’을 폐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상징적 조치를 취할 경우 필요한 지원은 할 것”이라면서도 “9·19 합의 정신을 위배하면서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도발을 참으라는 건 굴종”이라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과 무력 도발에 대한 응징은 별개라는 뜻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8일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북한 무인기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8일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북한 무인기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 무인기가 침범한 26일 윤 대통령이 “두 대, 세 대 올려보내라”고 지시하는 등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지만, 군의 준비태세가 미흡해 격노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28일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처음 북한 무인기 한 대가 영공을 침범했을 때 윤 대통령은 ‘우리도 무인기를 갖고 있지 않나. 북한에 사후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한 대가 왔으면 우리는 두 대 혹은 세 대를 올려 보내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격추하고, 관련 조치들을 최대한 강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컨트롤 주체는 합동참모본부였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대통령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왜 빨리 격추를 못 하느냐’는 생각에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조금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군은 “파리를 대포로 잡는다”는 비유대로, 1.8m에 불과한 무인기를 추적·격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복합 대공 레이더 등에 잡히질 않았고, 육안으로 식별했을 때는 무인기가 날아다니는 곳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대민 피해가 우려돼 사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가 이런 측면에서 비대칭 전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인기 침범 다음 날인 27일 오전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가 열렸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승겸 합참의장,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 등이 영공 침범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 당시 군은 공군 전력을 가동했지만,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등 속수무책이었다.

국무회의 개의 시간인 10시30분이 가까워지자 김성한 실장과 이종섭 장관이 별도로 윤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 이때 윤 대통령은 “국방부와 군은 도대체 무얼 한 거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격노”라는 표현을 썼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데 그 신뢰를 충족하지 못했다. 훈련이 부족하고, 기강이 해이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보완을 주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위, 장관 불러 현안 질의=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어제 (합참) 작전본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께 송구한 말씀을 올렸고 오늘도 마찬가지”라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에 대응하는 작전의 결과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무인기가 용산 상공까지 비행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단계별 감시자산으로 확인되는데 용산에는 안 온 게 확실하다”고 답했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는 은평구부터 강북구까지 서울 북부 일대를 약 1시간에 걸쳐 좌우로 비행한 뒤 북측으로 돌아갔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NSC는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거나 중대 결정사항이 있을 때 여는데, 이번 사건은 작전이 우선이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수도 없이 통화했고 김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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