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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윤, 하얏트서울 인수한 뒤 김성태에 숙박·스파 대할인 특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검찰이 KH그룹에 대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새 타깃은 서울 남산의 특급호텔 그랜드하얏트서울이다.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이 호텔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형법상 업무상 배임 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호텔 실사 보고서에 근거한 판단이다. KH그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에 연루된 쌍방울 그룹과 경제 공동체로 지목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랜드하얏트서울 운영사 서울미라마 유한회사는 2020년 11월 16일 오성 회계법인으로부터 경영진단 재무실사 보고서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4일엔 법무법인 광장으로부터 법률 실사 보고서를 받았다.

재무 실사 보고서를 보면 KH그룹은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인수한 직후 주요 고객에 대한 할인 특전(Privilege) 정책을 도입했는데, 배상윤 회장과 측근 2명이 혜택의 99%가량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배 회장 등은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만 숙박, 스파(Spa), 식음료 등 서비스를 5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누리며 1억 3500만원가량의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서에 쓰였다.

배 회장에게 제공된 특전 가운데 일부는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이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KH와 쌍방울이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증명하는 또 다른 단서라고 법조인들은 본다. 또한 접대비 등 비용에 대한 통제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실사 대상 기간 거액(1억 700만원가량)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 했다고 보고서에 쓰였다.

보고서에는 배 회장의 측근인 정모씨 등 8명을 채용할 때 이력서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적시돼 있다. 자본적 지출 문제점도 나타난다. 보고서에는 조사 대상인 샘플 8건 중 6건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KH그룹 건설사인 이엑스티(현재 사명 KH E&T)에 발주한 51억 4000만원 규모의 주차장 공사가 일례다. 담당부서를 통하지 않고 계약이 진행됐고 문서화된 절차도 없을뿐 아니라 견적금액도 경쟁 업체에 비해 높았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필룩스(현재 사명 KH필룩스) 인사가 호텔의 로고를 호텔 운영 이외의 목적으로 허용했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2020년 설 명절엔 배 회장 명의로 서울미라마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영광굴비 세트)을 지급하고 5920만원가량을 서울미라마의 복리후생비로 처리한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방해, 대북송금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은 조만간 해당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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