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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지정 앞둔 팔공산…'홍준표 공약' 케이블카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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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팔공산 갓바위에서 한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팔공산 갓바위에서 한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성지’로 알려진 팔공산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23번째 국립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팔공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을 위해 29일 경북 지역 주민 설명회 및 공청회를 개최한다”며 “제시되는 의견에 대해 충분한 현장 확인과 검토를 거쳐 공원계획 반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해발고도 1193m인 팔공산은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힌다. 1980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국보 2점과 보물 25점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인 해발 850m 관봉 아래 있는 갓바위는 수능 기도 명당으로 유명하다. 바위의 갓이 마치 대학의 박사모처럼 보여 간절히 기도하면 대학 입시에 영험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믿음을 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수능을 앞두고 수많은 학부모들이 팔공산 갓바위를 찾는다.

“국립공원 가치 충분”…내년 상반기 지정될 듯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지난해 5월 환경부에 팔공산 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9월부터 자연 생태계, 자연·문화경관, 지형보존 등 국립공원 승격을 위한 타당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팔공산은 자연 생태계가 우수하고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으며, 역사·문화의 유적이 다수 분포하고 있어 국립공원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환경부는 지자체 및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팔공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최종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국립공원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팔공산은 20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백산에 이어 23번째 국립공원이 된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팔공산의 국립공원 승격은 생태·문화·경관자원의 체계적인 보호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갓바위 케이블카 어쩌나…대구시의 고민

팔공산 케이블카 모습. 대구시

팔공산 케이블카 모습. 대구시

하지만 팔공산이 걸쳐 있는 두 지자체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경북이 빠른 속도로 팔공산의 국립공원 지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달리 대구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경북 지역은 29일에 공청회를 열지만, 대구시는 공청회 시기를 내년 2월로 연기한 상태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팔공산 케이블카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난 7월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이후 팔공산 갓바위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홍 시장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이미 팔공산에는 정상까지 가는 케이블카가 있지만, 탐방객이 많은 갓바위로 이어지는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국립공원 승격과 별개로 케이블카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케이블카 설치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앞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과 설악산 등도 오랫동안 케이블카 설치를 시도해왔지만, 매번 환경부의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팔공산의 우수한 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추진하면서 이를 파괴하는 케이블 건설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으로 서로 모순되는 행정을 벌이는 것으로 혼란만 부를 뿐”이라며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측도 팔공산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조계종에서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있어서 우선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매년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며 “단순히 케이블카 사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 지정을 통해서 팔공산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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