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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 시대인데...30년 이상 수의대 설립은 막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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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이후 30년 이상 수의대가 신설되지 못했습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가 왔고, 인수공통 감염병 대비도 중요해진 만큼 국가적 관점에서 의ㆍ생명 산업과 연계되는 수의사 양성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산대 수의학과 신설 관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황보승희, 최인호, 안병길, 서병수, 김승남 의원과 차정인 부산대 총장. 사진 부산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산대 수의학과 신설 관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황보승희, 최인호, 안병길, 서병수, 김승남 의원과 차정인 부산대 총장. 사진 부산대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산지역 거점대학 수의과대 설립 논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국민의힘 의원이 이같이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서 의원은 같은 당 안병길(부산 서ㆍ동) 의원과 이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정치권을 비롯해 부산대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인수공통 감염병 대처, 인력 불균형 해소 절실”

토론회에서 서 의원은 “부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 거점국립대에 수의학과가 설립돼있다. 수의 전문인력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라도 (부산대 수의학과 신설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공동 주최자인 안병길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람과 동물, 환경변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해 인수공통감염병에 대비할 방역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라며 "산업동물·해양바이오 등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수의학과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전재수(부산 북ㆍ강서갑) 의원 등 부산지역 야당 국회의원들도 직접 참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하며 토론회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승남(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의원 또한 부산대 수의학과 설립 지원을 약속했다.

30년 넘게 신설 묶인 수의학과, 왜?

하지만 실제 수의학과 설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학이 수의학과를 신설하려면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 승인을 받아야 한다. 1989년 충북대를 마지막으로 국내 대학에는 수의학과가 설립되지 않았다. 수의사회를 포함한 관련 단체는 ‘공급 과잉’ 등 문제를 우려하며 수의대 신설에 반대한다. 현재 서울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 수의학과가 있으며 매년 졸업생 500명이 배출된다.

대한수의사회 및 관계 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부산대 수의대 신설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한수의사회 및 관계 단체 회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부산대 수의대 신설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실제 국회 토론회가 진행될 때도 대한수의사회 등 관련 단체 회원 1500명이 국회 앞에서 수의학과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수의학과 신설이 수의 전문인력 불균형 해소나 바람직한 전문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국가 예산만 낭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립요청서 제출, 이르면 2024년 신입생 모집

부산대는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단순 수의사 양성보다는 반려ㆍ해양동물·가축 등 수의학 연구에 중점을 두는 수의학과를 만들겠다고 한다. 부산대는 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수의학과 설립요청서에서 부산과 양산캠퍼스에 32만m² 규모의 교육시설 구축 계획을 내놨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부산대에는 이미 의학과 약학·생명공학 등 관련 학과와 연구인프라가 있다. 수의학과 설립을 통해 의·생명과학 분야가 갖춰지면 의·생명ㆍ바이오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며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반려동물 등 분야에서 앞으로 필요한 수의사 수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 토론회가 있었던 만큼 일정을 앞당겨 가능하면 내년 초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수의학과가 신설되면 의생명 분야와 연계된 수의학 연구가 새로운 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 용역 결과에 따라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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