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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건된 이태원 파출소 팀장 호소 "경찰은 초능력자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7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이날 입건된 이태원 파출소 팀장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폴넷 캡처

지난 27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이날 입건된 이태원 파출소 팀장 A씨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폴넷 캡처

“지구대 파출소 현장 근무자는 절대 초능력자가 아닙니다”

지난 27일 오후 5시쯤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글쓴이 A씨는 이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입건한 이태원파출소 소속 팀장 2명 중 한 명이다. 특수본은 이들이 사고 당일 112 신고 처리 및 종결에 소홀했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게시글을 통해 자신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입건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내몰려 결국 살인자라는 최종선고를 받고 낙인이 찍힌다면 또 하나의 경찰조직의 폐해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많은 인파로 바빴던 참사 당일 현장에서 업무에 최선을 다했단 것이다. 그는 “팀장 자리를 2분 이상 비우거나 담소를 나눴다면 업무 태만이라고 지적해도 좋다”며 “흡연 때문에 2분씩 2번 나갔다 온 것 빼고는 모니터링·무전 청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현장 파출소에는 112 신고가 89건, 내선전화가 40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태원에 모인 사람이 13만명이었는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최대 수용인원이 6만명이다. 경기장 2개의 인파관리를 하면서 112신고 처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11건의 (인파 우려) 신고가 있었지만 신고자는 경찰관이 출동하여 그냥 신고자를 만나거나 전화 한 통 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었을 것”이라며 “파출소 21명 인원이 실질적인 조치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에서 지적하는 해당 팀장의 업무상과실치사죄 혐의는 오후 8시35분에 접수된 인파 우려 신고에 대해 112시스템 종결 내용에 ‘상담 안내’라고 허위 입력한 부분에 근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씨는 “해당 신고 직후 교통사고 지령이 떠 분주한 가운데 3분 뒤 동일 내용의 인파 우려 신고가 있었다”며 “(해당 신고자와) 통화 후 사건을 종결하면서 동일 내용이었던 (오후 8시35분에 접수된) 신고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후8시35분 접수건) 신고자에게 전화했으면 막을 수 있었었을까. 특수본 수사관, 본청 감찰부서는 112시스템 모니터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조사과정에서 느꼈다”고 썼다. 매뉴얼대로 정확히 지키며 현장 근무를 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단 것이다.

지난달 3일 한 시민이 놓고 간 음료수 박스가 이태원파출소 앞에 놓여 있다. 최서인 기자

지난달 3일 한 시민이 놓고 간 음료수 박스가 이태원파출소 앞에 놓여 있다. 최서인 기자

그는 ‘기동 중대 투입 요청을 미리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사실상 일선 파출소에서 기동대 투입 요청을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단 주장이다.

A씨는 마지막으로 “말도 안 되는 것으로 내몰려 결국 살인자라는 최종선고를 받고 낙인이 찍힌다면 또 하나의 경찰조직의 폐해적 선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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