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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불법이민 내던지기’ 논란 확산…트럼프식 추방 당분간 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입국자에 대한 즉시 추방 정책이 당분간 더 유지되는 가운데 이날 텍사스주 접경 도시 엘파소에서 한 무리의 이민자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입국자에 대한 즉시 추방 정책이 당분간 더 유지되는 가운데 이날 텍사스주 접경 도시 엘파소에서 한 무리의 이민자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넘어온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타이틀 42’(42호 정책)를 당분간 유지하라고 판결했다.

타이틀 42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도입한 정책으로,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할 수 있게 한 연방보건법상 조치다. 바이든 정부로 바뀐 뒤에도 이 정책은 적용돼 왔다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이 “이미 코로나19 백신과 치료법 개선으로 수명을 다한 정책”이라며 폐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달 15일 이 정책이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며 12월 21일을 기해 종료할 것을 명령해 폐기가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남부 국경에 인접한 보수 성향의 19개 주(州)들이 “불법 이주민이 폭증할 것”이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줄 것을 청원했고, 결국 종료를 이틀 앞둔 지난 19일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양측 주장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시적으로 정책을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어 27일 연방대법원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의 명령을 추인하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타이틀 42는 대법원이 내년 2월부터 이 정책을 둘러싼 심리를 시작하고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당분간 더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접경 도시 엘파소에 있는 한 컨벤션센터에서 이민자들이 샤워를 하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접경 도시 엘파소에 있는 한 컨벤션센터에서 이민자들이 샤워를 하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매체들은 대법원 판결 소식과 함께 미국 인권 시민단체들이 큰 실망을 표했다고 전했다. ACLU 소속 리 겔런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망명 신청자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조차 계속 거부당한 것에 깊이 실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법정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 42에 반대하는 쪽은 이 조치로 추방된 이들이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범죄 대상이 되기 쉬운 데다 정부 박해 등을 피해 온 망명자들까지 제한한다는 점을 문제 삼아 왔다. 텍사스주의 대표적 접경 도시 엘파소에서 이민자 보호소를 관리하는 루벤 가르시아는 “타이틀 42가 코로나 팬데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며 “매우 슬픈 날”이라고 했다.

이날 판결로 미국 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첨예한 갈등 이슈인 불법 이주 금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에는 ‘이민자 내던지기’ 논란이 세밑 미 정가를 들쑤셨다. 1989년 이후 두 번째로 추운 성탄절 이브로 기록된 당일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있는 텍사스주 관리들이 어린이를 포함한 이민자 100여 명을 워싱턴D.C에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관저 앞에 내려놓고 떠나버린 것. 타이틀 42 폐기를 추진하는 바이든 정부를 향한 일종의 무력시위였는데, 이를 두고 백악관은 “영하의 온도였던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을 길가에 내버렸다”며 “잔인하고, 위험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불법 이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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