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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세 강재섭 "정치 한심해 역사 공부"…두달뒤 한국사 1급 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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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분당을 재보선 예비후보였던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1년 분당을 재보선 예비후보였던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중앙포토

“요즘 정치가 하도 혼란스러워 역사 속 정치인과 정치도 이 정도였는지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 합격했다. 지난 8월 공부를 시작해서 두 달여 뒤인 지난 10월 22일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2점을 받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도 길게는 몇 년 걸리는 일을 74세(1948년생)의 나이로 해낸 것이다. 한국사능력시험은 심화시험(1~3급)과 기본시험(4~6급)으로 나뉘며, 80점 이상을 받으면 1급 인증서가 주어진다. 통상 공기업 입사시에는 2급(70~79점) 이상의 인증서가 있어야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런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취업 준비생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시험을 준비한다. 강 전 대표는 “평소에도 중국사, 일본사 등 역사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정작 한국사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공부할 생각을 못했었다”며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그가 처음 한국사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이다. 그가 공부를 시작한 지난 8월은 이른바 ‘이준석 사태’로 불리는 여권의 내홍이 극심할 때다. 당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성 접대 의혹을 받았던 이준석 전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고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갈등이 극심해졌다.

강 전 대표는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부를 해보니 어느 시대든 호족, 귀족, 문벌 등의 파벌·당파 싸움은 심각했다”며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지도자가 큰 결단을 내려 사태를 수습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가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본래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계파 갈등을) 막을 방도는 없다”면서도 “우리 한국은 오랜 기간 어려움이 반복되면서도 결국은 또 좋은 일을 맞이했기에 지금도 기다려보면 좋은 역사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강 전 대표는 보수 진영의 정치 원로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는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일하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1988년 4월 13대 총선에서 민정당 전국구(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17대까지 내리 5선을 했다. 달변가였던 그는 민주자유당에서 대변인을 지냈고, 신한국당 원내총무(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거쳐 2006년 7월 한나라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관리도 그의 몫이었다. 당시 그를 향한 공격도 상당했지만 한나라당이 분열하지 않고 그해 대선에서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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