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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비판하면 사라진다? 러 소시지 재벌 의문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최대 육류 가공업체의 소유주로, 일명 '소시지 재벌'로 불리던 파벨 안토프(65)가 인도의 한 호텔에서 돌연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실족에 의한 추락사라 발표했지만, 안토프가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망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따르면, 안토프는 지난 24일 휴가차 방문한 인도 동부 오디샤주의 호텔 3층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소시지로 막대한 부를 쌓은 안토프는 모스크바 동부 블라디미르시의 의회 의원으로, 유명 정치인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지운 러시아 부호 파벨 안토프(사진)가 지난 24일 인도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지운 러시아 부호 파벨 안토프(사진)가 지난 24일 인도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안토프는 2018년 정계 입문 전에는 소시지 등 육가공업체 블라디미르 스탠다드를 설립해 막대한 부를 일궜다. 2019년 포브스 추산 1억4000만 달러(약 1780억원)를 지닌 자산가다. 블라디미르시 의회에선 농업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해프닝'을 겪은 바 있다. 지난 6월 안토프의 왓츠앱 계정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테러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남성이 사망하고, 그의 7살 딸이 잔해 속에서 구조된 직후 나왔다.

해당 글은 곧바로 삭제됐다. 안토프는 SNS에 "다른 누군가가 올린 글이 기술적 오류로 우연히 게재된 것"이라며 "성가신 오해에 휘말렸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원자이자 애국자라고도 주장했다. 외신들은 "안토프가 SNS에 올린 글과 관련, 강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안토프의 의문사는 이번 인도 여행에 동행한 친구 블라디미르 부다노프가 22일 같은 호텔에서 사망한 지 이틀 만에 일어났다. 부다노프는 호텔 1층에서 빈 와인병에 둘러싸여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현지 경찰은 부다노프가 알코올·약물 과잉 복용으로 인해 숨졌다고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AFP에 "안토프는 친구인 부다노프의 죽음에 낙담한 채 호텔 발코니로 나갔다가 추락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도 콜카타 주재 러시아 영사 알렉세이 이담킨은 러시아 타스 통신에 "(경찰은) 별다른 타살 가능성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석유 대기업 루코일의 수장 라빌 마가노프(오른쪽)가 2019년 크렘린궁에서 함께 한 모습. 마가노프는 지난 9월 의문의 추락사를 당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러시아 석유 대기업 루코일의 수장 라빌 마가노프(오른쪽)가 2019년 크렘린궁에서 함께 한 모습. 마가노프는 지난 9월 의문의 추락사를 당했다. AFP=연합뉴스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전쟁이나 러시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유명 러시아 거물들이 잇따라 석연찮은 죽음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에는 러시아 부동산 재벌 드미트리 젤레노프가 프랑스 남부 지방 도시 앙티브에서 추락사했다. 아나톨리 게라셴코 모스크바항공대 전 총장은 지난 9월 대학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같은 달 러시아 석유 대기업 루코일의 수장 라빌 마가노프는 모스크바 중앙임상병원 6층에서 추락사했다.

러시아 언론은 마가노프가 심장질환으로 입원해 치료받았고 우울증약도 복용 중이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서방에선 그가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던 일을 들어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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