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대학 등록금 인상 허용하겠다" 교육부, 여당에 보고

중앙일보

입력

교육부 전경. 뉴시스

교육부 전경. 뉴시스

“지금의 경제 상황이나 학부모·학생의 부담을 고려하면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등록금 규제 완화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등록금 자율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부도 공감하지만, 학생·학부모 부담을 고려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여당을 만난 자리에서 등록금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뉘앙스가 달랐다. 장 차관 발언 하루 뒤인 21일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위원장 홍석준) 교육분과 간담회에서 교육부는 “2024년부터 등록금 인상을 사실상 허용하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재정지원사업(국가장학금 2유형)에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요건을 없애는 방식으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교육위원회와 교육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학의 규제 완화 문제가 주로 논의됐다. 교육부는 30여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대학 평가 체제 개편, 한계 사학 지원책, 학·석·박사 통합 과정 도입과 함께 등록금 규제 개선 방안을 당에 제안했다.

국가장학금-등록금 연계 삭제…저소득층 지원 확대

2011년 개최된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 중앙포토

2011년 개최된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 중앙포토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사업은 대학가에서 강력한 등록금 인하·동결 수단으로 꼽힌다.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사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줄곧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2유형)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해왔다. 한때 10.4%(국·공립대), 7.1%(사립대, 2008년 기준)에 달했던 등록금 인상률은 대학근로장학사업과 연계된 2009년부터 0.5%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국가장학금 사업과 연동된 2012년에는 ‘마이너스 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장학금의 영향력은 유효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 329개교 중 275개교(83.6%)가 2유형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3100억원을 지 원받았다.

다만 교육부는 등록금과 장학금의 연계 조항을 삭제하면서도 ▶법정 한도(직전 3개 연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 수준)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하고 ▶1인당 교내 장학금을 전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와 함께 등록금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다자녀·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병행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내년 중에 대학규제개혁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해 학생과 학부모, 대학 관계자,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2024년부터는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여당에 보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계획대로 방안이 실행될지는 여러 상황을 봐야겠지만, 대학들의 요구가 커지는 만큼 관련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사립대학의 재정난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만큼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미 동아대 등 일부 학교는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내년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학부모·학생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정치권 역시 부담스러운 눈치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반대할 사안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가 떨어질 수도 있는 정책을 누가 앞장서서 추진하려고 하겠느냐”며 “더군다나 내년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사회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