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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눈에는 눈, 이에는 이'…北 뚫은 송골매, 美도 지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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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 북한의 무인기 영공 침범해 대응해 군 당국이 무인정찰기를 군사분계선(MDL) 이북까지 보내며 '맞대응 작전'을 펼친 건 미국과의 사전 조율 속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연이은 '선 넘은 도발'에 대응한 한국의 '팃 포 탯(tit for tatㆍ맞불놓기)' 전략을 미국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반도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6일 군사분계선(MDL) 이북까지 투입된 육군 군단급 무인항공 정찰기 RQ-101 송골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26일 군사분계선(MDL) 이북까지 투입된 육군 군단급 무인항공 정찰기 RQ-101 송골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ㆍ미 조율로 이북 투입"

군 당국은 당시 유ㆍ무인 정찰기를 MDL 인근 비무장지대(DMZ)와 이북 지역으로 보내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했다. 군단급 무인 정찰기 '송골매' 2대가 MDL을 넘어 이북 5㎞ 지점까지 정찰하고 돌아왔고, 유인정찰기 '백두'와 '금강'도 9ㆍ19 군사합의 상 비행금지구역을 넘어 MDL 근처까지 비행했다.

비행금지구역 침범은 2018년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며 더 나아가 MDL을 넘어선 건 1953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북한이 이날 오전 무인기 5대를 띄워 수도권 상공을 침범한 데 대해 같은 방식과 수위로 응수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27일 중앙일보에 "북한 무인기를 놓친 직후 송골매, 백두, 금강을 투입해 즉각 같은 수위로 상응 조치를 한 건 한ㆍ미의 긴밀한 협의 결과"라며 “미 측도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조율 하에 남측도 협정 위반을 감수하는 고강도 대북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이번 침범의 성격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이 자국 영토를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여전히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함동참모본부 등 종합

북한의 무인기 도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함동참모본부 등 종합

'눈눈이이' 기조 공감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수하는 대북 '팃포탯 작전'을 미국이 사실상 지지하는 모습과 관련해 과거 남북 대치 상황에서 미국이 보복성 조치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던 것과 대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미국은 확전 방지에 방점을 뒀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2014년 1월 자신의 회고록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후 한국 측에서 군용기와 포화를 동원한 강경 대응 요구가 있었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상황을 누그러뜨리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당시 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K-9 자주포를 동원한 반격만 했다.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데칼코마니'식 대북 맞대응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달 2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이 떨어지자, 군은 NLL 이북으로 공대지 미사일 3발을 쐈다. 북한 도발에 대한 '3배 대응 원칙'으로 응수한 셈이다. 이어 지난 18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이 서울과 인천 일대를 촬영한 저해상도 사진을 공개하자 나흘 뒤인 지난 22일 '국토위성 1호'로 촬영한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 일대를 담은 고화질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측도 지난 20일 F-22 스텔스기와 핵 탑재가 가능한 B-52H 전략폭격기를 동시에 띄우는 등 기존 확장억제 수단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6일 저녁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6일 저녁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사회주의헌법 제정 50주년 기념 보고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9ㆍ19 나홀로 준수 없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마련됐던 2018년 9ㆍ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한국 홀로 준수하지는 않겠다'는 기조가 선명해지고 있다.

27일 군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9ㆍ19 합의 위반 사례는 26일 무인기 영공 침범까지 포함해 총 15건이다. 이중 한국도 무인기를 이북에 투입해 사실상 9ㆍ19 합의를 쌍방 위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도 9ㆍ19 군사합의를 계속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고 대통령실은 지난 10월 "9ㆍ19 합의가 유지될지 파기될지는 북한에 달렸다"며 공개적으로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26일 북한의 무인기 도발로 인해 정부ㆍ여당에선 "북한이 합의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거듭한다면 한국 또한 합의 파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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