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부산 사립대인 동아대가 10여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동아대는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10년 동결 속 95%가 고정비용, 더는 못 버텨”
동아대는 대학재정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등록금 인상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 대학이 태스크포스를 꾸린 건 2009년 등록금을 동결한 지 13년 만이다. 1946년 개교한 동아대는 재학생 수가 1만8000명이며 주로 등록금 재원에 의존해 운영한다. 최근 5년간 매년 신입생 4000명을 모집했으며 충원율은 99.3~99.9%를 기록했다.
하지만 TF는 재정난 해소를 위해 등록금 인상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동아대는 2009년 등록금을 동결한 뒤 2012년에는 3.2%, 2013년에는 0.12% 내렸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계속 동결했다. 대학알리미 공시 정보를 보면 올해 동아대 학과 평균 등록금은 677만원으로 전국 대학 245곳(지방캠퍼스 포함) 가운데 135번째로 많았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의대가 있는 대학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47곳 중 33번째여서 등록금이 적은 편에 속한다.
동아대 관계자는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 또는 내렸다. 등록금 수입 95%가 인건비와 교내장학금에 묶여 시설관리 등에 쓸 돈이 없다. TF 검토 결과 내년 등록금을 동결하면 머지않아 10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등록금심의위 결과에 전국 대학 주목
실제 등록금을 인상할지는 다음 달 열리는 등록금심의위원회 논의에서 결정된다. 동아대 등록금심의위원회는 11명으로 구성된다. 총학생회 등 학생위원 5명과 교직원 5명이 참여한다. 나머지 1명은 학교 외부 인사로, 학생과 학교 측 위원 10명이 합의해 정한다.
고등교육법이 규정하는 물가상승률 등을 근거로 동아대 대학재정안정화 TF가 내부 검토한 등록금 인상률 범위는 3.0~3.8% 수준이다. 심의위가 합의한 등록금 인상률은 내년 첫 학기부터 곧장 적용되며, 최고 수준으로 인상되면 동아대 학과 평균 등록금은 677만원에서 702만원으로 25만원가량 오른다. 특히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원칙상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재학생은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감소 등 이중 부담을 질 수 있다.
지역 거점국립대학인 부산대에서도 지난해 1월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대학 측이 학부 등록금을 동결, 대학원 등록금을 1.2% 인상하려 하자 학생위원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보이콧하는 등 반발했다. 학생위원들은 학부 등록금 인하, 대학원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다. 줄다리기 끝에 학부 등록금은 동결됐고 대학원 등록금은 0.6%만 인상됐다. 서울대 또한 지난해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을 1.2% 인상하려 했지만 반대로 무산됐다. 교육부가 지난 21일 “등록금 인상이 아직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상의 '동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인상 부담 요인이다.
동아대는 이번 등록금심의위가 등록금 인상 문제를 놓고 격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강기동 동아대 총학생회장 당선자는 “총학생회는 아직 공식 태도를 정하지 않았다. 대학 측이 제시하는 등록금 인상 필요성과 근거, 인상 폭 등 구체적인 정보를 놓고 학우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