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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사업장 86.5%에서 산안법 위반…고용부 기획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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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그룹의 현장 안전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SPC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한 결과 86.5%의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 12억여원의 임금을 미지급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용부는 SPC그룹 내 18개 계열사 58곳을 대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안전ㆍ근로기준 합동 기획감독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7일 밝혔다. SPC는 지난 10월 계열사인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의 20대 직원 끼임 사망 사고와 샤니 제빵공장의 40대 직원 손가락 절단 사고 등 잇단 산업재해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산업안전 분야’와 관련, 고용부는 점검 대상 52곳(12개 계열사) 중 45곳(86.5%)에서 277건의 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고 6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37건 ▶기계ㆍ기구 위험예방 미조치 36건 ▶관리감독자의 역할 등 안전보건관리체제 및 안전보건관리규정 부적정 27건 ▶출입구ㆍ비상구 등 작업장 환경 미흡 21건 순이다.

적발된 SPC 사업장에서는 ‘덮개 등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작업 시 운전정지(LOTO)’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기본 안전조치가 미흡했다. 안전ㆍ보건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선임했더라도 다른 업무를 수행한 사례도 나왔다. 노사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SPC그룹 '산업안전 분야' 감독 결과 [자료: 고용노동부]

SPC그룹 '산업안전 분야' 감독 결과 [자료: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이와 함께 SPC 사업장에서 사용 중인 위험기계 가운데 자율안전확인 신고를 하지 않은 식품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 등 총 44대를 사용중지 조치했다. 26개 사업장의 대표 등에 대해서는 사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15개 계열사 3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기준 분야’ 점검에선 약 12억여원의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배우자에 대한 출산휴가(10일)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산후 1년 미만자를 연장근로한도(주 6시간)를 초과해 근무시키는 등 총 11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이 밖에도 일부 사업장선 복리후생이나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데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하거나, 서면 근로조건 명시 의무를 위반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사·노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SPC "조속히 개선 조치"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지적된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철저히 개선해 좋은 일터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용부 조사와 동시에 작업장 개선을 시작해 산업안전 관련 99%, 근로감독 관련 80% 이상을 이미 개선했다"며 "임금 미지급은 대체 휴일 수당을 잘못 계산한 것으로, 계열사 직원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SPC 사망사고가 일어난 식품혼합기와 유사한 유해ㆍ위험 기계ㆍ기구 28종에 대한 집중단속 결과도 발표했다. 식품제조업, 펄프ㆍ제지업, 기계ㆍ금속 제조업 등 총 14만곳 중 위험도가 높은 2899곳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1571곳에서 총 2999건의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을 발견했다.

3주간의 계도기간 후 다시 진행한 불시감독 기간에는 263곳에서 477건의 위험기계 안전조치 미흡 사례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위험 수준이 높은 사출성형기, 혼합기 등 74대는 사용중지를 명령했다. 계도기간에도 개선조치를 취하지 않은 163곳에 대해서는 대표(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며 "다만 계도기간을 거치면서 안전조치가 미흡한 비율이 51.5%에서 13.1%로 줄어든 점을 볼 때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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