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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외도설 유포 의심해 '비리 고발' 협박…효성 형제의 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효성그룹 일가 ‘형제의 난’의 민낯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조현준 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동생인 조 전 부사장을 고소한 후 5년 만에 재판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검찰의 공소장에는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며 촉발된 효성 형제의 난의 배경이 나와 있다.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루머 유포에 대한 진실 공방, 지분 정리를 위한 암투와 가족 사이의 극단적인 발언이 담겨있다.

불화는 2011년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 감사를 주도해 조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에 관여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뒤 본격화했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분란을 일으켰다며 조 전 부사장을 질책한 뒤 가족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 및 조 명예회장과의 연락을 끊고 2013년 2월 퇴사 때까지 출근하지 않았다.

2012년 말에는 조 전 부사장의 배우자가 사내에서 외도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족 간 갈등이 증폭됐다. 조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이 그룹 홍보팀에 소문 유포를 지시했다고 의심하고 퇴사했다.

조 전 부사장은 퇴사를 전후해 반격을 준비했다. 퇴사를 앞두고 홍보대행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박수환 대표와 외도 소문 유포자 색출 및 언론 대응 명목으로 용역 계약을 맺었다. 2013년 4월에는 조 회장을 압박해 그룹 내 비상장 부동산 계열사 지분을 고가에 사게 할 목적으로 추가 계약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2013년 조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찾아가 ‘조 전 부사장이 효성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퇴사를 안타까워하고 미래를 축복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강요했고, “배포를 안 하면 가방 5개가 꽉 차는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갈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하지만 조석래 명예회장은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르다”며 거절했다.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 역할을 한 홍보대행사 박 대표는 같은 해 7월 조현준 회장을 호텔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조현문의 배우자 관련 지라시는 조현준 회장이 조현문을 내쫓기 위해 만든 것이 분명하다. 조 회장과 조 명예회장은 무조건 구속될 것”이라며 정식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게 될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조 회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지분 정리 등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2014년 6월 효성 계열사 대표와 조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조 명예회장은 같은 해 7월 형제의 화해를 위해 조 전 부사장을 찾아갔지만 “비리 사실을 차례대로 폭로하겠다”는 답을 듣고, 지분 정리 협상을 시작할 것을 조현준 회장 측 변호사에게 말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요구는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2015년 3월 조 전 부사장은 부모를 찾아 "저한테 부모라 할 자격도 없다. 조현준을 평생 괴롭히겠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가 충격을 줄 타깃을 'M(모친)'으로 설정해 조현준 회장에 대한 요구를 관철하자며 제시한 대로 움직였다.

조현준 회장은 가족과 자신에 대한 동생의 압박이 계속되자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고소했다. 조 전 부사장은 5년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표는 공갈 미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분쟁 해결 대가 등으로 매달 2200만 원씩 약정하고 3년여에 걸쳐 11억 30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개인 회사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그룹 차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45억여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같은 벌금 2억원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판사 양지정·전연숙·차은경)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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