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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에 아이폰 쓸까?" 잡스 기죽인 세계 1위 부자의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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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22년 세계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 회장. AFP=연합뉴스

2022년 세계 최고 부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 회장. AFP=연합뉴스

“30년 후에도 사람들이 아이폰을 쓸까요?” 이 질문을 아이폰을 만든 고(故) 스티브 잡스에게 던진 인물은 베르나르 아르노(73)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 회장이다. 잡스는 어떻게 답했을까.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랬다.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잡스는 바로 같은 질문을 아르노에게 던졌다. “(아르노 회장이 만드는 명품은) 30년 후에도 건재할까요?” 모에 샹동과 같은 럭셔리 샴페인 브랜드를 소유한 아르노는 답했다. “글쎄요, 모르긴 해도 사람들은 30년 후에도 변함없이 술에 취하고 싶어할 것 같지 않습니까?” 잡스도 동의했다고 한다. 영원할 것에 투자한다는 게 아르노의 철칙인 셈이다.

위의 대화는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아르노라는 기업가를 분석하며 소개한 일화다. 경제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르노의 이름을 모를 수 없다. 아르노가 소유한 명품 브랜드는 70개가 넘는다. 모에 샹동뿐 아니라 크리스찬 디오르, 티파니, 루이뷔통 등 휘황찬란하다. 그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I)에서 최근 세계 1위를 했다. 미국인이 아닌 유럽 출신 인물이 이 지수에서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12월 현재 약 1800억 달러(약 229조원)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HM 회장과 부인 엘렌느 메르시에 아르노가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초대로 백악관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베르나르 아르노 LVHM 회장과 부인 엘렌느 메르시에 아르노가 지난 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초대로 백악관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가 BI 1위 자리를 영원히 지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자산을 제물로 바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아르노 회장의 사업 분야는 빅테크와 같은 성장이 뚜렷한 분야도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그가 건설한 명품 제국은 레드오션임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시장은 아니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되어 있다. 위의 아이폰과 모에 샹동 샴페인의 일화를 아르노 회장이 즐겨 얘기하는 까닭이다.

명품 업계에 있다고 성공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명품 브랜드 역시 흥하긴 어렵지만 망하는 건 순간이어서다. 그의 비결은 뭘까. 이코노미스트와 포브스의 분석을 종합하면 프랑스의 DNA, 미국식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르노 회장은 (모국) 프랑스의 사회주의적 경제 정책에 넌더리를 내서 미국으로 본거지를 옮기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유럽 핏줄은 그의 큰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들이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탕진하거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혼 과정에서 거액의 회사 주식을 팔아치운 것과 비교하면 아르노의 사업 스타일은 꽤나 유럽적”이라고 전했다.

유럽적이라는 것은 기업의 유산과 전통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가족 경영 역시 아르노 회장의 철칙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미국 기업과 달리 LVMH의 경우는 주식의 48%를 아르노 가문이 손아귀에 단단히 쥐고 있다”며 “아르노 회장은 자신의 다섯 자녀가 모두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를 바라며 경쟁을 시킨다”고 전했다.

아르노 회장은 자주 시위대의 비판 대상이 된다. '돈 밖에 모르는 괴물'이라는 식이다. 위의 사진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의 시위대가 들고 나온 아르노 회장 인형. 로이터=연합뉴스

아르노 회장은 자주 시위대의 비판 대상이 된다. '돈 밖에 모르는 괴물'이라는 식이다. 위의 사진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의 시위대가 들고 나온 아르노 회장 인형.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사업을 확장한 방식은 그러나 미국적이다. 제아무리 아르노 회장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70개가 넘는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진 못했다. 외려 시작은 그의 가족이 경영했던 공업 계열 기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의 상황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뒤의 변화는 확실하다”며 그의 경영 스타일을 전했다. 경영 위기에 몰린 명품 브랜드를 접촉해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그의 사업 방식을 두고 “명품 브랜드 수집가”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마구잡이 매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공부도 열심이다. 신성처럼 등장하는 패션 디자이너부터 업계 소식까지 훤히 뚫고 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캣워크를 누비며 정보를 수집하는 그는 스스로에게도 꽤나 엄격하다”며 “경영 역시 장기적 안목으로 철저하게 준비해 매섭게 몰아붙이는 편”이라고 전했다.

LVMH 로고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전시회에 등장한 순간. 로이터=연합뉴스

LVMH 로고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전시회에 등장한 순간. 로이터=연합뉴스

아르노 역시 피하지 못하는 것이 세월이다. 1949년생인 그의 은퇴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르노 회장이 어떻게 자신의 명품 제국을 분할해줄 것인가를 두고 다섯 자녀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아르노 회장의 이런 스타일을 볼 때 그의 제국은 적어도 당분간은 건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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