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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계 1위도 “신규대출 중단”…저신용자 돈 빌리기 갈수록 막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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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높아진 금리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특히 저신용·저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대출이 최근 많이 축소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조달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이날부터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대출 중개사들에 신규 대출을 중단하도록 안내했으며, 모바일 채널과 플랫폼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도 모두 중단했다.

최근 대부업계의 조달금리가 8%대까지 급등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경기 악화로 저신용자들의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계가 문을 닫으면 기존 대부업의 차주였던 저신용자들은 모두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토스 대출 비교 서비스에 입점한 금융사 52곳 중 22곳은 ‘점검’을 이유로 대출 조회 결과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외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대출 업무를 중단한 셈이다. 이들 금융사는 전부 저신용·저소득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이다.

이들은 자사 앱이나 대면을 통한 대출 업무만 유지하면서,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해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져 대출을 해줘도 손해가 발생하는 이른바 역마진 우려가 커졌다”면서 “이 때문에 외부 앱을 통한 대출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햇살론 금리 상단은 10.5%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햇살론 조달금리는 11월 3.77%에서 12월에는 5.22%까지 올랐다. 시중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최근 대폭 올리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저축은행 자금 확보 비용도 높아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도 ‘돈줄 조이기’에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가이드라인은 사별로 10.8∼14.8%였다. 제2금융권은 중신용자 생활자금 중심으로 이미 정해진 대출 한도를 소진해 더는 대출을 늘리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총량제뿐 아니라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보릿고개’를 심화시켰다. 올해 1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시(2단계)에만 DSR 규제를 적용했지만 지난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3단계)까지 DSR 규제를 확대했다. 특히 최근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DSR 규제에 대출이 막힌 개인이 늘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금융사는 저신용자를 먼저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평가 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게 대출을 시행하지 않은 저축은행은 8곳으로 올 상반기보다 한 곳 더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출 보릿고개’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대출 부담에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데다, 금리 수준도 단기간에 떨어지기 힘들어서다. 금융당국도 저신용·저소득자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내년 금융위원회는 ‘긴급 생계비 대출’을 도입해 100만원 한도 내에서 생활비 대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햇살론 같은 정책금융상품 금리 조정, 한도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대출 총량제 변화도 논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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