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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화제성 다 거머쥔 ‘우영우’…짝짓기 예능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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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중문화 결산 ② 방송·OTT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 회 시청률이 0.9%로 출발했지만, 17.5%로 막을 내렸다.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에서 수상할지도 주목된다. [사진 ENA]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첫 회 시청률이 0.9%로 출발했지만, 17.5%로 막을 내렸다.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에서 수상할지도 주목된다. [사진 ENA]

올해도 수많은 드라마·예능 콘텐트가 플랫폼을 넘나들며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지난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남우주연상(이정재) 등 6관왕에 오르며 K드라마의 위상을 떨쳤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소재와 형식이 한층 다양해진 드라마 시리즈가 제작됐고, 크고 작은 성과를 거뒀다. 예능계에서는 ‘연애 예능’ 열풍이 정점을 찍었다.

작품성으로 보나, 시청률·화제성으로 보나, 올해 가장 우뚝 선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ENA라는 신생 채널에서 방영된 데다, 톱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도 아니어서 1회 시청률 0.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했다.

하지만 입소문으로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7.5%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법정 드라마로서 쾌감을 선사했고, 장애와 능력주의, 공정성에 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사랑스러우면서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지는 ‘우영우’의 미덕은 세계적으로도 통했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순위(비영어 드라마 부문)에 21주간 머물렀고, 57개국에서 10위 안(톱10)에 들었다. 드라마는 미국·일본·중국 등지에서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다. 국내 제작사가 작품 IP(지적재산)를 온전히 보유해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도 예정된 상태다. 작품이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라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 [사진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 [사진 쿠팡플레이]

지상파·케이블 채널과 OTT 등에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쏟아졌지만, 주로 범죄와 복수, 폭력을 동반한 작품이 두각을 보였다. 지난해 ‘지옥’ ‘D.P’ 등 장르물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는 올해 ‘안나라수마나라’ ‘글리치’ ‘블랙의 신부’ 등으로 장르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수리남’ ‘소년심판’ 정도가 인기를 끌었다.

토종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 건 ‘안나’(쿠팡플레이), ‘몸값’(티빙), ‘약한영웅 Class1’(웨이브) 등 폭력과 살인이 가미된 작품이었다. 몰입감 강한 장르물이 K드라마의 강점이란 걸 보여줬다. 하반기 나온 ‘작은 아씨들’(tvN), ‘재벌집 막내아들’(JTBC) 역시 스릴 깔린 전개 위에 돈과 계급을 둘러싼 욕망을 풀어내 대중을 사로잡았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사진JTBC]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사진JTBC]

‘무해한’ 매력을 지닌 드라마들의 선전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 SBS ‘사내맞선’ 등은 화려한 액션이나 범죄 요소 없이 유쾌하거나 잔잔한 매력으로 시청률 10%를 웃돌았다. 특히 JTBC ‘나의 해방일지’의 경우 시청률은 5~6%대였지만, 일상에 지친 이들이 공감하는 명대사와 ‘구씨’ 열풍으로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ENA 예능 ‘나는 솔로’. [사진 ENA]

ENA 예능 ‘나는 솔로’. [사진 ENA]

올해 예능 트렌드는 ‘연애 프로그램 대홍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혼 커플의 재회부터 동성애, 사내 연애 등 사랑을 다루는 예능이 거의 모든 채널에서 제작돼, 30여개에 달했다. 뚜렷한 호응을 얻은 건 ‘환승연애2’(티빙)와 ‘나는 솔로’(ENA, SBS Plus) 정도였다. 두 프로그램은 각각 다른 결로 연애의 현실적인 측면을 보여주며 ‘과몰입’을 유발해 성공했다.

오디션, 음악 경연 프로그램도 꾸준히 제작됐지만, 최대 기대작이던 ‘스트릿 맨 파이터’(Mnet)는 제작진의 성차별적 발언 등 각종 구설 끝에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엔데믹과 함께 돌아온 여행 예능 중에서는 나영석 PD가 선보인 ‘뿅뿅 지구오락실’(tvN)이 이은지·미미·이영지·안유진 등의 신선한 조합과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구성으로 호평받았다.

서울 종로구 송해길의 송해 동상 옆에 누군가 고인을 추모하는 꽃을 놓아뒀다. [뉴스1]

서울 종로구 송해길의 송해 동상 옆에 누군가 고인을 추모하는 꽃을 놓아뒀다. [뉴스1]

올해도 시청자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에는 유재석이 빠지지 않았다. 그가 출연 중인 ‘유 퀴즈 온 더 블록’(tvN), ‘놀면 뭐하니?’(MBC), ‘런닝맨’(SBS)은 TV 화제성 지수 10위 안에 줄곧 포함됐다.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 MC 송해가 지난 6월 별세했다. 젊은 여성 코미디언 김신영이 후임을 맡아 다음 세대 국민 MC로 주목받았다. 올 한해 각종 솔루션 예능에서 ‘국민 멘토’로 자리매김한 오은영 박사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아동 성추행 방임 논란에 휩싸이며 씁쓸한 연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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