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콩쿠르 참가는 무대 얻기 위한 것…당분간 연주에 집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피아니스트 이혁이 라운드 인터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이혁이 라운드 인터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크레디아]

“또래 한국 연주자들이 열정적이죠. 음악을 사랑하고 노력하기에 콩쿠르에서 좋은 성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화 돼 청중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지난달 프랑스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인 롱 티보 크레스팽 콩쿠르(롱 티보 콩쿠르)에서 일본 마사야 카메이와 공동우승한 피아니스트 이혁(22)을 26일 서울 서초동스타인웨이홀에서 만났다. 그는 2016년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고, 2018년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다. 2021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선 한국인 중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했고, 같은 해 파리 아니마토 콩쿠르 쇼팽 에디션에서 우승했다. 그는 “콩쿠르 참가는 무대를 얻기 위해서였다. 수상했다고 음악가의 삶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14세 때부터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프랑스 파리로 옮겨 에콜 노르말에서 수학 중이다. 그는 “프랑스 음악을 사랑했고 깊게 탐구해보고 싶었는데, 에콜 노르말에 다니면서 가능해졌다”면서도 “모스크바에서 급하게 정리를 하느라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한 건 아쉽고 슬펐다”고 말했다.

이혁은 다재다능하다. 6세 때 시작한 체스는 취미 이상이다.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속기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등 20세기의 위대한 음악가들이 체스를 즐겨 뒀어요. 논리적인 게임입니다. 음악도 논리가 없으면 제대로 연주하기 어려워요.” 체스 예찬론을 펴던 그는 “그랜드 마스터가 되고 싶다. 한국에는 아직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세 살 때부터 배운 바이올린도 수준급이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도 연주한다니 보통이 아니다. 재즈나 타악기에 관심이 많아 드럼, 아프리카 민속 타악기를 어릴 때부터 탐구했다고 한다. 평소에 니콜라이 카푸스틴이나 알렉산더 츠파스만 등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한 작곡가 연주도 즐긴다.

해외에서 자선공연에 종종 참가했던 이혁은 지난 20일 서울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첫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했죠. 팬들이 도와줘 가능했습니다.” 이날 해설을 맡은 동생 이효(15)도 피아니스트다. 새해에는 형제가 피아노 듀오 콘서트 기회도 늘려갈 계획이다.

이혁을 가깝게는 오는 28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롱 티보 콩쿠르 결선곡인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이병욱이 지휘하는 디토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프로코피예프가 피아노 협주곡을 다섯 곡 썼어요. 1, 3, 4, 5번은 역동적이고 즐거운 반면, 2번은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하죠. 프로코피예프가 이 곡을 헌정 받은 친구가 자살해요. 또 악보가 화재로 소실돼 기억력으로 되살려 쓴 작품입니다. 이 대작을 연주할 수 있어 기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