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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 한파 계속된 이유, 동·서쪽 고기압 ‘더블 블로킹’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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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6일 강원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강력한 한파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7.9도를 기록했고, 체감온도는 -12.3도까지 떨어졌다. 강원 평창(면온)은 기온이 -21.7도까지 내려갔다. 강원 대부분 지역을 포함해 중부 곳곳에는 한파 경보가 내려졌다. 이번 한파는 1973년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강력하다. 한파가 절정이었던 23일 강원 대관령의 평균 온도는 -17.9도로 12월 일 평균기온 기준으로 7번째로 낮았다. 서울 역시 -11.8도를 기록하면서 12월 중에서 9번째로 추운 날로 기록됐다. 지속 기간도 이례적으로 길었다. 지난 14일 서울의 기온이 -11도까지 떨어진 이후, 21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졌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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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파가 열흘 넘게 이어진 건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향해 계속 밀려 내려와서다. 특히 한반도 동쪽과 서쪽에 각각 강력한 고기압능(기압이 능선처럼 솟아오른 부분)이 형성되면서 동서로 공기 흐름이 막히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다. 대기 중에 생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기 벽이 한반도를 거대한 냉동실로 만든 것이다. 이른바 ‘더블 블로킹’ 한파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에 찬 공기 폭탄을 투하한 더블 블로킹 현상은 24일 전후로 해소됐다”면서도 “떨어진 찬 공기는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기온은 조금씩 오르면서 연말쯤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블로킹 한파는 일반 한파보다 추위의 강도가 세고 지속 기간도 길다.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팀이 지난 45년간(1975~2019) 한반도에 나타난 166번의 겨울철 한파 현상을 분석한 결과, 블로킹 한파는 전체 한파 발생의 22%를 차지했다. 한반도에 한파를 만드는 블로킹은 두 개인데, 한반도 서쪽 우랄산맥 부근에서 찬 공기를 밀어 넣는 ‘우랄 블로킹’과 동쪽 오호츠크해 부근에 생겨서 찬 공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오호츠크 블로킹’이다.

보통의 한파는 지속 기간이 2.7일로 전형적인 ‘삼한사온(三寒四溫)’ 형태를 보였다. 반면 우랄 블로킹 한파와 오호츠크 블로킹 한파는 각각 3.6일, 5.1일로 추위가 더 길게 이어졌다. 특히 두 개의 블로킹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더블 블로킹 한파는 지속 기간이 11.8일로 보통 한파보다 4배 이상 길었다. 평균 기온 역시 -6.3도로 보통 한파(-3.8도)보다 2.5도 낮았다. 더블 블로킹 한파의 빈도는 2.4%(4번)로 드물게 나타나지만, 한번 발생하면 위력과 지속기간 모두 역대급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안중배 교수는 “마치 쌍끌이 어선이 물고기를 잡는 것처럼 한반도 양쪽에서 두 개의 블로킹이 북쪽의 찬 공기를 끌어내리다 보니 추위가 더 강하고 오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철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데도 블로킹 한파의 빈도와 강도는 줄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온난화로 인해 북극이 찬 공기를 가두는 능력이 약해지면서 블로킹 한파가 북반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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