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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엉터리 예산심의’ 방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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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여야 지도부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년 예산안·세법 일괄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1. 올해 예산심의는 역대 최악입니다.

쪽지예산ㆍ밀실야합ㆍ졸속협상 등 구태가 반복됐습니다. 법정기한(12월2일)을 22일이나 넘기는 ‘최장지각’기록을 세웠습니다.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SOC예산 나눠먹기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쟁점사안의 경우 여야가 절반씩 주고받는 거래 흔적도 확인됐습니다.

2. 국민적 지탄을 받으면서도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당연히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챙기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지역구에 생색내기 좋기 때문입니다. 지역구 예산을 딴 의원들은 즉시 SNS로 자신의 업적을 알립니다. 지역구에선 ‘지역발전 공헌’이라며 박수 칩니다.

3. 이런 지역이기주의에 나라살림은 엉망이 됩니다.

불요불급한 지역사업에 예산이 낭비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ㆍ견제가 방치되는 겁니다. 대통령제에서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키워드는 ‘삼권분립’입니다.

4. 삼권분립의 핵심은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며, 그 중에서도 핵심이 예산심의입니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민주주의 출발선언에서 ‘대표’가 입법부, 국회의원들입니다. 국회가 예산심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의 시녀를 자청하는 것입니다.

5. 실질적인 예산심의를 막고 있는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가장 확실하고 쉬운 개혁은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의 상설화입니다. 현재는 예결위가 임시 돌려막기입니다. 정기국회 때면 50명 의원이 소속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예결위원을 겸임합니다. 그러니 방대한 예산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도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전담 상임위원들이 예산편성이 시작되는 봄부터 통과되는 겨울까지 1년 내내 행정부와 씨름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설 예결위가 자리잡으면 미국처럼 결산전담 위원회를 따로 떼어내 더 전문화할 수 있습니다.

6.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제도 바꿔도 지금처럼 당 지도부가 편법을 자행하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올해도 법적 근거조차 없는 ‘소소위’(소위원회 보다 작은 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속기록도 남기지 않고 밀실협상을 벌였습니다. 여야 지도부의 딜 과정에선 상임위는 물론 예결위 심사내용도 무시됩니다.

7. 이런 불법ㆍ탈법ㆍ편법 행위들을 모두 금지해야합니다.

문제는 이런 금지법 역시 국회의원들이 만들어야한다는 점입니다. 정치인을 움직이는 건 여론의 관심과 압력입니다. 무관심과 불신만으론 정치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