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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분양 9년만의 최저…‘빙하기’ 녹일 아파트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내년 아파트 분양 물량이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든다. 최근 경기 둔화 등으로 건설사가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탓이다. 2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뉴스1

내년 아파트 분양 물량이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줄어든다. 최근 경기 둔화 등으로 건설사가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탓이다. 2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뉴스1

새해 아파트 분양시장이 본격적인 빙하기에 돌입한다. 전국 분양 물량이 9년 만의 최저로 쪼그라든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303개 사업장에서 민간 아파트 25만8003가구(민간임대 포함)가 분양될 예정이다. 계획물량 기준으로 올해(41만6142가구)보다 38% 줄어든 수치로, 2014년(20만5327가구) 이후 가장 적다.

건설사가 사업계획을 소극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최태순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경기 둔화와 미분양 우려로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한 건설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분양시장에선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기조로 수요가 급감해서다. 올해 전국 민간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7.7대 1로, 지난해(19.8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첨자 가점(84점 만점) 평균도 지난해(34점)보다 하락한 21점이었다. 이달 초 분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의 최저 당첨 가점이 20점에 그쳤다.

분양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서울 분양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일단 분양 물량은 2만7000여 가구로, 올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많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와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방배5구역 재건축),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등이 나온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전망이다. 청담르엘의 경우 시장이 예상하는 분양가는 3.3㎡당 5500만~5800만원 선이다. 바로 옆 청담자이의 최근 실거래가를 3.3㎡당으로 환산하면 8000만~9000만원대다.

강북권에선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 재개발),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휘경3구역 재개발) 같이 분양가 산정에 난항을 겪거나 조합 내분 등으로 분양 일정이 연기된 단지가 공급된다.

경기도에서도 정비사업 물량이 눈길을 끈다. 광명시 광명뉴타운1R구역, 베르몬트로광명(광명2R구역 재개발), 안양시 안양뉴타운맨션삼호 재건축 등이 분양 대기 중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내년 분양 물량이 계획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통상 실제 분양 실적은 계획물량보다 적었다. 지난 5년간 계획 물량 대비 분양 실적 평균은 72.4%에 그쳤다. 올해 분양 실적도 30만4142가구로, 계획물량의 73% 수준이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시장 상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아 분양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새해 청약시장에선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예전 같은 ‘분양 로또’를 기대하긴 어려워졌지만,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에는 수요자가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청약 당첨자에 대한 기존 주택 처분기한 연장, 중도금 대출 보증 확대 등 규제 완화책을 발표한 점도 긍정적 요소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전매차익 기대 약화 등으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단지는 청약 미달이 나타날 것”이라며 “입지·가격 경쟁력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선별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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