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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배기구 600도까지 올라 종이에 발화”...7명 숨진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원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망자 7명이 발생한 지난 9월 26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는 지하주차장에 정차 중이던 1t 화물차 배기구가 과열하면서 발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지난 9월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26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지난 23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사건 관련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지하주차장 하역장 내에서 차량 하면(아랫부분) 박스 적재물을 중심으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량 시동이 켜진 상태에서 배기구 주변이 고열상태로 변하면서 발화했다는 게 국과수의 추정이다. 국과수 실험 결과 배기구 주변이 과열하면 400~500도까지 올라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 배기구 과열, 주변 인화물질로 옮겨붙어 

경찰과 국과수에 따르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1t 화물차는 사고 당일 경기도에서 출발, 2시간을 달려 현대아울렛에 도착했다. 운전자 A씨(65)가 하역장에서 후진으로 정차한 뒤 물건을 내린 뒤 불이 났다. 경찰이 확보한 화재 당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서도 화물차 오른쪽 뒤편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지난 9월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지난 9월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화물차 매연저감장치(DPF)에서 발생한 고열이 배기구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하는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국과수 실험에서도 DPF 과열이 배기구에 영향을 미치고 실제로 불이 날 정도로 온도가 올라간다는 결론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DPF는 매연 속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거름망'이다. 먼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이를 태워 없애는 재생 기능이 작동하며 600도까지 열이 발생한다고 한다. 아울렛 화재 현장 화물차가 10분 이상 시동을 켠 채 멈춰 있는 동안 재생 기능이 작동하면서 고열이 생겼고, 이 열로 배기구 근처에 있던 종이에 불이 났을 것으로 경찰 등은 보고 있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안 해 

경찰 수사와 국과수 감정 결과 화재 당시 발화지점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다만 화재로 피해가 난 이후 다시 작동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이 압수한 자료에서도 스프링클러 작동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 28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한 1t 화물차를 국과수로 보내기 위해 대형트럭에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월 28일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지하주차장에서 발견한 1t 화물차를 국과수로 보내기 위해 대형트럭에 싣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중상자가 있는데 (화재를) 진화하려고 방재실로 들어가 정지된 스프링클러 기능을 해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화재가 진화된 뒤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2개 탱크는 만수위였는데 자동으로 채워지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경찰, 현대아울렛 대전점 직원 등 13명 입건 

경찰이 확보한 당시 영상에서도 화재경보기는 작동했지만, 스프링클러에선 물이 나오지 않았다. 통상 화재경보기는 연기, 스프링클러는 열(72도 이상)에 반응하는 데 당시는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고 경보기만 울리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현대아울렛 대전점 관계자 6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4명 등 1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9월 26일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로 인해 실종됐던 직원이 실려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9월 26일 대전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로 인해 실종됐던 직원이 실려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현대백화점 본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관리 소홀과 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방점검 지적사항 이행 여부도 조사 

한편 경찰은 지난 6월 현대아울렛 소방점검에서 보완사항으로 지적된 24건도 조사할 방침이다. 당시 현대아울렛은 민간업체에 맡겨 소방점검을 진행한 뒤 보완사항이 확인되자 모두 개선했다고 한다. 경찰은 지적을 받은 24건이 제대로 개선됐는지, 소방당국이 이를 확인했는지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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