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 등장한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갈등'…UN에 'SO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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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바비큐 행사'. 연합뉴스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바비큐 행사'. 연합뉴스

대구 북구 한 주택가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을 놓고 주민과 건축주가 2년째 갈등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이슬람 관련 혐오 행위 중단' 등을 촉구하며 유엔(UN)에 긴급 구제 청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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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측은 26일 " 돼지머리 방치 등 일부 주민의 공사방해 행위에 대해 지난 22일 긴급 구제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유엔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관련 내용을 유엔 측에 이메일로 보냈고, 접수 사실을 확인했다.

"심각한 인권침해 해당" 
청원에서 대책위는 "정부와 대구시, 대구 북구 등이 종교 차별, 인종 혐오적인 행위 등을 방치하고 사실상 용인하는 것은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등 국제규약을 위반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대구 북구가 2020년 9월 주택가에 모스크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대구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가 고시한 건축허가표지에 따르면 해당 이슬람 사원 시설은 북구에서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연면적 245.14㎡를 포함해 지상 2층으로 180.54㎡ 증축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삶은 돼지머리, 이슬람사원 공사장 옆에 놓여. 연합뉴스

삶은 돼지머리, 이슬람사원 공사장 옆에 놓여. 연합뉴스

처음에는 공사가 문제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고 모스크 외형이 갖춰지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관할 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대구 북구는 재산권 침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이 반대하자 공사를 중단시켰다.

북구와 건축주 측 법정 공방도 있었다. 오랜 기간 이어진 법적 다툼은 지난 9월 대법원이 건축주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앞서 대구지법은 지난해 12월 1일 “대구 북구는 공사 중지 처분을 하면서 미리 그 내용을 고지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므로 절차적 위법 사유가 있다. 단순히 집단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공사 중지 처분을 내릴 순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두달 내 유엔 답변 기대"
소송전은 마무리가 됐지만, 갈등은 끝날 기미가 없다. 건축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최근 '연말 큰잔치'를 하면서 사원 인근에서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또 사원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갖다 놓는 일도 있었다. 현재도 공사장 인근에는 돼지머리 3개가 방치돼 있다. 돼지는 무슬림에게 일종의 혐오 동물이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은 죄악으로 여긴다. 대책위 측은 두 달 내에 유엔의 답변이 있을 것으로 보고, 긴급청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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