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구 대국에 무슨 일?' 중국서 일할 사람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지난 1000년간,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빠르면 2023년, 인도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유엔(UN)이 최근 발표한 인구 전망치를 인용해 "지난해 9억 8600만 명 수준의 중국 생산 가능인구(15~64세 사이)가 203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해 2100년에는 3억 7800만 명으로 60% 이상 급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2년 7월 발표한 UN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14억 1200만 명, 중국은 14억 2600만 명으로 집계

중국 총인구수 [자료: 국가통계국, 표: 코트라]

중국 총인구수 [자료: 국가통계국, 표: 코트라]

10년도 채 안 되는 기간동안
서울시 인구수보다 더 많은 수의 노동력 감소

중국의 생산 가능인구는 2014년 9억 9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1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2022년 11월 기준 서울시 인구수는 943만 명이다. 10년 사이에 서울시 인구수보다 더 많은 규모의 '노동력'이 사라진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가능인구 변화와 경제 성장은 정확히 비례한다"며 "중국에서 이민자, 여성, 고령 인구의 노동 참여나 생산성 향상 등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매년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미래 경제를 전망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인구 통계를 포함해 중국 성장률을 낮추는 많은 요인을 상쇄할 만큼 크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S&P 글로벌 레이팅도 중국의 연간 성장률이 현재 연평균 6%에서 2030년까지 4.4%, 2031년부터 2040년까지 3.1%로 둔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인구수가 경제 발전에 영향을 줄까?

이에 중국의 출생률과 노동 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인구학자 황원정은 SCMP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인구를 기반으로 했을 때, 혁신과 기술 개발이 더 쉽게 이루어진다"며, "표본(인구)이 많아야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인구수가 경제 규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인도네시아나 이집트, 파키스탄 등은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경제 규모도 그와 비례해 커질 것"이며, "2050년이 되면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으로, 이집트와 나이지리아도 세계 15위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0년 10월 1일, 중국 우한의 길거리 [사진 셔터스톡]

2020년 10월 1일, 중국 우한의 길거리 [사진 셔터스톡]

3자녀 출산 허용, 정년 연장
'인구절벽' 해소 정책 내놨지만 출산율 늘리기엔 역부족

1980년대부터 수 십 년간 산아 제한 정책을 고수해 온 중국도 예상보다 빠른 인구 감소에 놀란 듯한 모양새다. 중국 출산율은 1980년대 후반 2.6명에서 지난해 1.15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인구 유지를 위한 최저선인 2.1명에 미달하는 수치다. 지난 8월,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는 “중국 인구는 14차 5개년 규획 기간(2021~2025년)에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중국 인구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 사실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중국 당국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먼저, 2021년 5월부터 세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2016년 1월부터 두 자녀 정책을 본격 실시하며 35년 간 지켜온 '한 가정, 한 자녀' 정책과 작별을 고했다. 두 자녀 정책 시행 첫 해는 출생아 수가 1780만 명으로 잠깐 반등하는가 했으나, 그 이후로 해마다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코로나19로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지난 8월, 중국의 17개 당정 부처는 세 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재정·사회보장·교육·주택·취업 지원, 임신부 건강 돌봄 서비스 등 총 20가지의 구체적인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코로나 실업을 비롯해 급등하는 집값과 치솟는 생활비, 육아 부담은 젊은층의 출산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꺾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7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19.9%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11월 청년 실업률은 17.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출산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는 고령화다. 2021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억 여 명. 전체 인구에서 그 비중이 14%를 넘어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중국과학원은 정부가 관리하는 양로보험이 2028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35년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당대회에서 정년 연장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생산 가능인구 확장의 일환이다. 현재 중국의 정년은 남성 60세, 여성 사무원 55세, 여성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50세다. 일본의 정년이 70세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른 편이다. 당국은 올해 고령 구직자와 잠재적 고용주를 연결해주는 특별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소황제'라 불리며 부족함 없이 자란 바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자), 지우링허우(90년대 이후 출생자)가 혼자 부모를 부양해야한다는 부담감, 자신이 성장하며 받은 만큼 자녀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표현을 체감할 정도의 물가 상승을 견뎌내며 출산을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일시적인 지원이나 정책에 골몰하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봐야할 때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