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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복 새지 않게 정성껏 손바느질…비단 두루주머니에 새해 복 담아가요

중앙일보

입력

예로부터 사람들은 바늘에 실을 꿰어 바느질하며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었습니다. 한자로 바늘 침(針)에 실 선(線) 자를 써 ‘침선(針線)’이라고 하기도 하죠. 조선시대 유교 사회에서 사회적 진출이 어려웠던 여성들은 전통 가옥 내 여성 생활공간인 ‘규방’에서 천연염색 원단을 사용해 손바느질로 옷을 비롯해 보자기·이불·주머니·노리개 등을 만들고 각종 무늬·그림·글자 등을 수놓았죠. 이를 ‘규방공예’라고 해요. 1890년대 후반 재봉틀이 보급되고, 이후 산업이 발전하면서 집에서 손바느질하는 일은 줄어들었는데요. 전통 규방공예는 남녀 모두 집이나 공방에서 할 수 있는 하나의 취미 문화로 이어졌어요. 바느질로 만든 공예품은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예술품으로도 전시되고 있죠.

음력 설날이나 정월 초하루에 새해 선물로 가족에게 만들어 나누어 준 복주머니는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서리가 각진 귀주머니는 주로 남자가 사용하고, 둥그런 두루주머니는 여자가 쓴다.

음력 설날이나 정월 초하루에 새해 선물로 가족에게 만들어 나누어 준 복주머니는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서리가 각진 귀주머니는 주로 남자가 사용하고, 둥그런 두루주머니는 여자가 쓴다.

바느질 도구는 보통 ‘규중칠우(閨中七友)’라고 불리는 바늘·실·골무·가위·다리미·자·인두 등이 있어요. 원단은 비단(실크)·면포·무명·모시·마(삼베) 등을 사용하죠. 실은 주로 면실과 비단실을 쓰는데, 원단의 종류·상태·색상을 고려해 취향에 따라 시중에 있는 다양한 실을 고르면 돼요. 바늘도 원단에 따라 쓰는 종류가 달라질 수 있는데요. 섬세하고 흠집이 잘 나는 비단의 경우 상처가 생기지 않게 가늘고 짧은 바늘을 쓰는 게 좋아요. 원단이 단단하고 거칠면 굵고 긴 바늘을 써도 상관없죠.

신소이 학생모델·유은서 학생기자가 전통자수공방 스튜디오온리원(서울 동작구)을 방문해 이민지 선생님을 만났어요. 마침 바느질을 하고 있던 이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공방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여줬죠. 바늘꽂이·바늘방석 등의 바늘소품부터 가족의 안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원앙·십장생 자수를 놓은 수저집, 금사(金絲·금실)로 꽃 자수를 놓고 진주를 달은 진주주머니, 조각보·자수보 등 보자기까지 아름다운 작품들에 학생기자단은 눈을 떼지 못했어요. 은서 학생기자가 “이걸 직접 바느질해서 만든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라고 놀라워했어요.

왼쪽 사진부터 두루주머니·귀주머니·보자기.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바느질로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한다.

왼쪽 사진부터 두루주머니·귀주머니·보자기.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바느질로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한다.

소이 학생모델이 “바느질 기법에는 어떤 게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바느질 기법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동서양 차이가 없어요. 기본 기법에는 홈질·감침질·시침질이 있죠. ‘홈질’은 원단 두 장을 잇거나 구멍 난 곳을 메울 때 사용하는데요. 아래에서 위로 바느질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바늘땀(실을 꿴 바늘로 한 번 뜬 자국)을 만들어요. ‘감침질’은 ‘감치기’라고도 하며 용수철 모양으로 감아 꿰매는 것으로, 원단과 직각이 되게 바늘을 세우고 실밥이 어슷하게 나타나도록 해요. 밑단 정리나 뜯어진 부분을 연결할 때 많이 사용하죠. ‘시침질’은 두 장의 원단을 겹쳐 고정하는 기법으로, 땀과 간격이 기본 2배 이상 차이 나는데요. 시침질은 고정만 하기 때문에 튼튼한 정도가 약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2023년 새해를 맞이해 복주머니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전통 한복에는 물건을 넣을 주머니가 없어 따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었죠. 복주머니는 음력 설날이나 정월 초하루에 새해 선물로 가족에게 만들어 나누어 줬는데, 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모서리가 각진 귀주머니(남자용)와 둥그런 두루주머니(여자용)가 있고, 수(壽)·복(福)·오복(五福)·부귀(富貴) 등의 문자나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등의 그림을 수놓기도 했죠. 여러분은 2개의 가로세로 20cm 비단 원단을 가지고 두루주머니를 만들어 볼 거예요.”

섬세한 고급 직물인 비단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바느질하려면 가늘고 짧은 바늘을 선택한다.

섬세한 고급 직물인 비단에 상처가 생기지 않게 바느질하려면 가늘고 짧은 바늘을 선택한다.

소이 학생모델이 고른 분홍·노란색, 은서 학생기자가 고른 노란·하늘색 비단 원단과 함께 바늘·시침핀·비단실·연필(샤프)·송곳 등이 준비됐죠. 먼저 두 비단 원단의 겉과 겉을 마주 보게 겹친 뒤 옆선을 최대한 맞춰 반으로 접고 움직이지 않도록 시침핀을 꽂아 고정해요. 접힌 선을 기준으로 지름 15cm 두루주머니 본(주머니 모양을 그릴 때 사용되는 반원 모양의 종이)을 대고 연필로 그립니다. “연필로 그린 반원 중간 또는 중간을 약간 지난 곳에 5cm 정도 길이를 표시해둬요. 이 부분이 원단을 뒤집어 넣을 수 있는 ‘창구멍’이죠.”

그다음 바늘에 꿴 실이 풀리지 않도록 시작매듭을 지을 거예요. 실을 바늘구멍에 넣은 뒤, 바늘을 실 끝부분에 올려놓고, 실을 바늘에 두 번 감아요. 감은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누르고 바늘을 끝까지 당기면 매듭이 지어진답니다. “그린 반원을 따라 홈질을 해줄 거예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원단을 위에서 아래로 계속 떠가는 걸 반복해요. 바늘땀이 촘촘해야 곡선이 잘 나오고, 잔구멍이 없어 복이 새어나가지 않아요.”

기본 바느질 기법

바느질 기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이민지 선생님이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기본 바느질 기법인 홈질·시침질·감침질을 알려줬습니다.

홈질

홈질

홈질

가장 기본적인 바느질 기법으로, 두 장의 원단을 구멍 난 곳을 메울 때 사용해요. 바늘을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통과해 일정한 간격의 땀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0.5cm 땀을 만들면 간격도 0.5cm로 맞추죠. 땀과 간격의 길이가 길면 강도는 약해지고, 촘촘하게 바느질할수록 튼튼하게 꿰매져요.

시침질

시침질

시침질

두 장의 원단을 겹쳐 바느질할 때 원단이 밀리지 않게 고정해주는 바느질 기법이에요. 본바느질을 하기 전 임시로 선을 만들거나 박음선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되죠. 시침질 전에 시침핀으로 원단을 고정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1.5cm 정도 땀을 뜬 후 0.5cm 간격을 유지해 바느질합니다. 홈질과 방법은 같지만 땀과 간격이 2~3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게 달라요.

감침질

감침질

감침질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감아 꿰매는 것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바늘을 원단과 직각이 되도록 곧게 세워 뜨고 실밥이 어슷하게 나타나도록 해요.(사진) 또 다른 방법은, 겉에서 감칠 때 실밥이 작게 나오도록 바늘을 어슷하게 꽂아 뜨는 것이에요. 감침질은 밑단 정리나 뜯어진 부분을 연결할 때뿐만 아니라 원단의 조각들을 이어 만든 보자기인 조각보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해요. 땀의 길이와 간격의 비율이 같아야 바느질 한 부분이 예쁘게 보여요.

한 손으로 바늘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원단을 공중으로 들어 바느질하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한 손으로 바늘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원단을 공중으로 들어 바느질하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이 선생님이 바늘 찔리는 걸 조심해야 하며,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손으로 바늘을 잡고 왼손으로 원단을 들어 공중에서 바느질하는 게 좋다고 말했어요. 말없이 바느질에 집중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점점 손에 익었는지 어느새 창구멍 구간까지 홈질을 끝냈죠. 바느질이 한 번 끝날 때마다 마지막 부분에 마무리매듭을 지어주는데요. 실을 꺾어 고리를 만든 다음, 고리 안으로 바늘을 2~3번 정도 통과해요. 매듭지을 부분을 손으로 고정하고 실을 당겨준 후 남은 부분을 가위로 정리해요. “점점 바느질하는 솜씨가 좋아지고 있어요.” 이 선생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뿌듯해했어요.

“2장의 비단 원단을 반으로 접었으니 총 4장이 됐잖아요. 창구멍 구간에서는 맨 뒷장만 빼고 3장을 홈질할 거예요. 다 바느질하면 구멍을 막아버리는 거니까요. 창구멍 구간을 지나면 다시 4장 모두 홈질해 주세요.” 홈질이 다 끝났으면 반원으로부터 눈대중으로 2mm 정도 간격을 두고 원단을 자릅니다. “창구멍 구간을 빼고, 홈질한 부분을 넘지 않게 가위로 원단 끝을 자르는 가위밥을 듬성듬성 넣어줘야 뒤집었을 때 곡선이 잘 살아요.” 가위밥을 넣었으면 창구멍을 통해 실밥이 터지지 않게 원단 안쪽 면이 겉으로 나오도록 뒤집어줘요.

복주머니 입구 주름을 잡아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왼쪽 사진), 매듭 끈을 끼워 넣은 뒤 옥구슬과 연결해 입구를 조인다.

복주머니 입구 주름을 잡아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왼쪽 사진), 매듭 끈을 끼워 넣은 뒤 옥구슬과 연결해 입구를 조인다.

창구멍을 막기 위해 공그르기를 합니다. “공그르기는 창구멍 등을 마무리할 때 쓰는 방법으로, 바늘을 양쪽 시접(접혀서 속으로 들어간 옷 솔기의 한 부분)에서 번갈아 넣어 땀이 겉으로 나오지 않게 속으로 떠서 꿰매는 것을 말해요. 양쪽 원단을 안으로 접고, 아래쪽 원단 안에서 겉으로 바늘을 통과하죠. 위쪽 원단 겉에 한 땀 통과시킨 후 아래쪽 원단 겉에 한 땀 통과하는 걸 반복해요. 땀이 보이지 않게, 간격도 너무 벌어지지 않게 합니다. 공그르기는 초보자들이 어려워하는 바느질 기법이어서 감침질로 대체해도 돼요. 실밥이 보이지 않게 다시 한 번 뒤집어주면 입구가 있는 모양으로 복주머니가 만들어지죠.”

이 선생님이 복주머니에 걸 국화매듭과 매듭 끈을 연결할 옥구슬을 마련했어요. “입구 주름을 7개 잡을 거예요. 예로부터 백성들은 3개, 왕실에서는 9개까지 주름을 잡았어요. 홀수로 잡는 게 정석이며, 신분에 따라 주름이 많아지죠. 겉과 안감이 접히게 입구 양쪽 모두 주름을 잡아준 뒤 송곳으로 각각 구멍을 만들어줘요. 매듭 양쪽 끈을 구멍에 하나씩 끼어주고 구멍이 뚫린 옥구슬을 매듭 끈과 연결해 당겨주면 입구가 조여집니다. 끈은 적절한 길이에 매듭을 지어주고, 남은 끈을 잘라내 깔끔하게 마무리해요.”

신소이(왼쪽) 학생모델·유은서 학생기자가 직접 손바느질을 해서 새해 복을 불러들이는 전통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신소이(왼쪽) 학생모델·유은서 학생기자가 직접 손바느질을 해서 새해 복을 불러들이는 전통 복주머니를 만들었다.

은서 학생기자가 복주머니에 어떤 걸 넣으면 되는지 궁금해했어요. “돈과 작은 소지품을 넣어도 되고, 향이 나는 물건을 넣어 향주머니(향낭)으로 사용해도 돼요. 집에서도 복주머니를 만들고 싶다면 온라인으로 키트를 사서 하면 돼요.” 한 해를 돌아보면 좋았던 순간보다 아쉬웠던 순간이 더 떠오를 수 있는데요. 2022년 안 좋은 기억들은 잊어버리고,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복주머니의 기운을 받아 2023년 좋은 일만 가득할 새해를 맞이해 봐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전통자수공방 스튜디오온리원에서 이민지 선생님이 기본 바느질 기법과 복주머니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직접 바느질해 만드신 전통 공예품들을 보면서 재봉틀이 없던 시절, 화려하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느질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직접 바느질해 보니 실수하지 않기 위해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해서 어려웠지만, 완성된 복주머니를 보고 정말 뿌듯했어요. 과거에 바느질이 규방에서 여성들이 주로 하는 것이었는데 오늘날 남녀노소 누구나 취미로 즐기며 힐링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만든 이 복주머니가 새해에 많은 복을 가져다주면 좋겠습니다.

신소이(서울 일원초 4) 학생모델

직접 바느질을 해서 복주머니를 만든다는 게 처음에는 좀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민지 선생님께 규방공예와 전통자수 그리고 복주머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느질하며 흥미를 갖게 됐죠. 여러 가지 색깔의 원단과 실을 이용해 바느질을 한 우리 조상들의 생활도 알게 돼 굉장히 뿌듯했어요. 바느질하는 동안 이민지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복주머니를 잘 만들 수 있었답니다. 다양한 바느질 기법을 사용해 우리나라 전통 복주머니를 만드는 경험이 신선했는데요. 소중 독자들도 복주머니를 만들어보면서 새해 복 많이 받길 바라요.

유은서(서울 신동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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