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두 달 전 중국 20차 당 대회의 최대 안건은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 확정이었지만, 정작 세상의 관심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폐막식 날 강제 퇴장에 몰렸다. 진상은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중화권에선 후에 대한 ‘몐즈(面子) 암살’로 보는 견해가 많다. 몐즈, 즉 체면은 중국인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긴다. 이로써 후진타오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셈이 됐다.
코로나로 얼룩진 연말 중국에선 이제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친히 지휘하고 친히 안배하는’ 것으로 선전되던 시진핑 주석의 몐즈 구하기가 한창이다. 초점은 결코 ‘백지 운동’에 밀려 정책을 바꾼 게 아니라는 데 맞춰져 있다. 중국 관방의 논리는 “바이러스는 약해졌고 우리는 강해졌다(病毒弱了 我們强了)”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독성은 낮아진 반면 중국인 위생 의식은 높아진 결과라는 주장인데 글쎄다.
![연말 중국에선 “코로나 감염 며칠째인데 증상이 어떻다”는 걸 위챗을 통해 주고 받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AP=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2/26/ea68e6da-11c0-4265-baa7-f5218a2be314.jpg)
연말 중국에선 “코로나 감염 며칠째인데 증상이 어떻다”는 걸 위챗을 통해 주고 받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AP=뉴시스]
여기에 코로나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코로나 사망에 대한 정의(定義)까지 바꾸는 해괴한 일을 벌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꾼 배경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당 대회에서 시 주석 다음의 서열 2위에 올라 차기 총리를 예약한 리창(李强)이 시진핑을 설득한 결과란 것이다. 리창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중국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걸 피하자는 거다. 리창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에 코로나19를 보통의 전염병으로 선포할 공산이 크다. 한데 중국만 이를 중대 전염병이라며 계속 봉쇄 정책을 펴면 세계에서 고립되고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빨간 불이 켜진 중국 경제 살리기다. 중국 각 지방 정부의 재정은 장기간에 걸친 봉쇄 정책의 충격 탓에 고갈 상태에 빠졌다. 현재 돈을 찍어 간신히 재정 위기를 넘기고 있는데 내년 봄 정식으로 중국 곳간의 열쇠를 넘겨받을 리창 입장에선 식은땀이 나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런 점들이 시 주석의 마음을 움직였지 절대로 백지를 든 시위대에 굴복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꾼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리 이면엔 시 주석의 정책은 언제나 무(無)오류라는 입장이 깔려있다. 시 주석의 체면은 조금도 손상될 수 없기에 나오는 행태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공식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포기를 발표한 적이 없다. 이건 무얼 뜻하나. 언제든 상황을 봐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전면 봉쇄’라는 유령이 아직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중국의 하늘을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