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가운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 이과생의 절반 이상이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데 관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대입에서 이과 수험생의 ‘문과침공’ 현상이 더 심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을 치른 이과 수험생의 53.8%가 인문계열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44.8%)보다 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종로학원은 지난해부터 이과 수험생의 교차지원 관심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과 수험생 1만2884명, 올해는 982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올해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관심도는 수능 직후 23.2%였다. 하지만 수능 결과 발표 이후 46.6%로 높아졌고, 수시 합격자 발표 후 53.8%로 수능 직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결과 발표 후 이과생에게 유리한 구도가 확인되면서 지난해보다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탐구영역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한 이과생이 인문계열에 지원해도 변환표준점수에서 불리함이 없다는 점이 교차지원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최근 각 대학이 발표한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식을 보면 서울 주요 대학 중 이과생 교차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대학은 없었다.
서울대의 경우 표준점수를 그대로 활용하는데, 올해 사회·과학탐구 간 표준점수에 큰 격차가 없다. 사탐의 경우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65~74점이고, 과탐은 67~75점이다. 연세대는 이과생이 교차지원 할 때 인문 표준점수를 적용하고, 고려대는 과탐 표준점수를 적용하지만, 감점이 0.1점이라 사실상 영향력이 없는 상황이다.
임 대표는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 모두 교차지원 시 불이익이 없다”며 “상위권 대학 모두 수학에 경쟁력 있는 이과생에 유리한 구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인서울’ 대학의 정시 경쟁은 한 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입에서 수시모집 규모가 전년도보다 줄어든 반면 수시 지원자는 늘어 불합격한 학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수시모집 선발 인원 감소로 정시 이월 인원도 많지 않다.
임 대표는 “이과생의 교차지원은 서울권 소재 대학의 인문·자연계열 학생 모두에게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과는 특정 수준 구간대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일부 인문계열 학과에선 이과생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29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다. 이 기간에 대학마다 3일 이상 원서를 접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