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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시위 불댕긴 아미니, 트위터 정치화 논란 머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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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의 ‘글로벌 인물’ 10

올해의 ‘글로벌 인물’ 10

2022년 한 해도 국제사회는 갈등과 충돌, 부침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째 이어지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전의 구심점으로 떠올랐고,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전쟁으로 더욱 악화됐고, 세계적 경기 부진 속에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중국에서는 강력한 방역 정책에 저항하는 백지시위 물결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앙일보가 2022년 국제 뉴스 중심에 오른 10대 인물을 추려 올 한 해를 돌아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 젤렌스키, 용기·자유·저항의 아이콘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불린 러시아 침략 전쟁에 맞서 4400만 우크라이나인의 용기와 자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전쟁이 발발하자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 집무실을 결연히 지키며 결사 항전으로 맞서 ‘저항의 구심점’으로 변모했다. 각국 의회 화상 연설을 통해 세계를 동맹으로 끌어들였고, 개전 300일을 맞아 지난 21일에는 미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결단코 항복은 없다”는 의회 연설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젤렌스키를 ‘2022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2 푸틴, 우크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 강타

블라디미르 푸틴(70)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공의 적’이 됐다. 지금까지 양국의 사상자는 20만 명을 넘었고, 민간인 피해도 수만 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이어지며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남부 점령지 헤르손까지 내주는 등 수세에 몰리자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쟁 장기화 속에 에너지 위기와 식량난이 가중되며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협상론이 나오는 한편으로 내년 초 러시아군의 대공세 전망도 나온다. 건강 이상설이 계속 제기된 푸틴의 의중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3 백지시위대, 시진핑 철권통치에 일침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는 중국 전역에 들불처럼 번져 3연임으로 ‘1인 천하’를 완성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를 놀라게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무언의 저항 의미로 아무런 구호를 적지 않은 흰 종이를 들어 ‘백지혁명’으로 불렸다. 중국 당국은 공권력을 투입해 강력히 진압했지만 오히려 시위대 불길이 상하이·베이징·우한·청두 등으로 퍼지고 ‘시진핑 하야’ 구호까지 나오며 제2의 천안문 사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결국 제로 코로나 해제 수순을 밟았다.

4 바이든, 예상 깨고 미 중간선거 선전

심각한 인플레이션 속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의 승자는 예상외로 조 바이든(80) 대통령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줬지만 상원을 수성하며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를 막았다. 총기규제법·반도체산업육성법 등 굵직한 입법에서 성과를 내며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린 바이든 대통령의 뒷심도 한몫했다. 2023년 바이든은 야당의 공세 속에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중 압박 등 대외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는 2024년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고령 등을 이유로 한 반대 여론이 높다.

5 파월, 세계 경제 웃고 울리는 파워맨

올 한 해 세계 경제는 제롬 파월(69) 미국 Fed 의장의 말에 크게 출렁거렸다. 파월 의장은 6·7·9·11월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를 올려 올해 초 0.25%였던 금리를 4.5%까지 끌어올렸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였지만, 여파는 컸다. 각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면서 가계·기업의 빚 규모가 커졌고, 주식·부동산 시장은 폭락했다. 파월 의장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천명하면서 시장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 마흐사 아미니, 이란 여성인권 시위 촉발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의 43년 신정일치 정권을 뒤흔들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아미니의 죽음은 이란 여성들의 자유·평등을 향한 불길로 번졌다. 아미니 장례식에서 여성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히잡을 벗어던졌고, 군경의 강경 진압에도 순식간에 이란 전역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로 퍼졌다. 석 달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시위는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사상 최장기 시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7 리시 수낵, 영국 사상 첫 비백인 총리

영국 역사상 첫 비(非)백인 총리인 리시 수낵(42)이 지난 10월 25일 취임하면서 영국은 올 한 해만 세 번째 총리를 맞았다. 전임 리즈 트러스는 설익은 감세 정책으로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했으며, 보리스 존슨은 ‘거짓말 논란’으로 물러났다. 수낵 총리에겐 저성장·고물가에 직면한 영국의 경제난 극복과 인기가 떨어진 보수당 재건이란 과제가 주어졌다. 취임 후 두 달 동안 증세 정책과 탕평 인사 등으로 혼란 수습에 나선 수낵 총리의 국정운영 성적표는 2025년 1월 치르는 총선에서 나올 전망이다.

8 빈 살만, 국제관계 새판 짠 Mr. 에브리싱

‘미스터 에브리싱’ 무함마드 빈 살만(37)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올 한 해 ‘국제 왕따’ 신세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지목돼 서방의 비난을 받았지만, 올해 세계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거대 산유국의 실세로 위상이 높아졌다. 우방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원유 증산을 거부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수십조원대 투자 계약을 맺으면서 국제 관계의 판을 새로 짰다. 방한 때 통 큰 돈 보따리를 풀며 약 50년 만의 ‘중동 드림’을 불어넣기도 했다.

9 룰라, 12년 만에 브라질 대통령 귀환

‘중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가 12년 만에 귀환해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를 완성했다.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룰라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주요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룰라는 지난 대통령 임기 때 신흥 경제 5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가입 등을 계기로 중국과 급격하게 밀착한 바 있다. 새 임기를 맞은 룰라가 노골적으로 친중 노선을 펼 경우 ‘미국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신냉전 시대 미·중 대립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 독불장군 행보

‘괴짜 갑부’ 일론 머스크(51) 테슬라 CEO가 지난 10월 트위터를 434억 달러(약 56조원)에 인수했다. 그 뒤 독불장군식 행보와 선동적인 발언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규모 감원에 트위터 직원 수는 3분의 1로 줄었다. 인종차별, 여성 혐오 글이 급증했고 소셜미디어가 정치화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머스크 리스크’에 테슬라 주가는 올 초 대비 60% 이상 폭락했다. 최근 트위터 대표직 사임 여부를 놓고 머스크가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선 57.5%의 찬성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머스크는 후임자를 찾는 대로 트위터 CEO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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