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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 쓰고 떼까마귀 똥 맞았다…5만원 상품권 주던 행사 취소,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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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울산 태화강 상공에서 떼까마귀가 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울산 태화강 상공에서 떼까마귀가 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울산에서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배설물을 맞으면 5만원 상품권을 주는 ‘운수대똥’ 행사가 올겨울에는 취소됐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우려에 취소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시는 12월부터 태화강 주변에서 ‘운수대똥’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우려해 없던 일로 했다.

행사를 담당하는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에서 5년 만에 AI가 발생해 방역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떼까마귀 행사를 진행하는 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번 겨울에는 쉬어가기로 했다”며 “국내에서 떼까마귀가 AI를 확산시킨 사례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는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 진객’으로 불리는 떼까마귀는 겨울을 나기 위해 매년 울산을 찾는다.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지낸 뒤 날이 추워지는 10월 중순부터 국내로 날아와 이듬해 3월까지 태화강 변 삼호대숲(6만5000㎡)에서 겨울을 보낸다. 연간 10만 마리 정도다. 올해는 지난 10월 18일 오후 5시 50분쯤 태화강 삼호대숲 일원에서 8000마리가 관측된 이후 계속 날아들고 있다.

울산 삼호대숲은 떼까마귀 안식처다. 천적인 구렁이·뱀 등이 타고 올라가기 어려운 대나무가 빽빽한 데다 수리부엉이나 매 등 다른 포식자도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울산 삼호대숲을 찾은 떼까마귀들이 백로가 머무는 나무 위를 날아오르고 있다. 떼까마귀와 백로는 내년 봄까지 이곳에서 함께 지낸다. 중앙포토

울산 삼호대숲을 찾은 떼까마귀들이 백로가 머무는 나무 위를 날아오르고 있다. 떼까마귀와 백로는 내년 봄까지 이곳에서 함께 지낸다. 중앙포토

동이 트기 전 대숲을 빠져나온 떼까마귀는 낮 동안 경북 경주와 경남 양산 들녘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해 질 무렵이면 다시 삼호대숲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특히 해가 질 때쯤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잠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화려한 군무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까마귀 배설물 맞으면 5만원 받아 
이 떼까마귀 군무를 활용한 게 ‘운수대똥’ 행사다. 일출이나 일몰 때 떼까마귀 군무를 구경하던 중 배설물을 맞으면 5만 원어치 상품권을 주는 ‘재수 좋은 꿀잼도시, 운수대똥 울산여행’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6일까지 시범 행사가 개최됐고, 군무를 보던 참가자 241명 중 35명이 까마귀 배설물 맞았다. 이들은 시에서 제공한 우비를 쓰고 군무를 감상했으며 우비에 배설물이 묻으면 5만원 상품권을 받아갔다.

울산시는 이 상품권을 삼호대숲 일대 지역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실 떼까마귀 배설물 때문에 주변 상권에서 힘들어한다”며 “이 행사를 통해 상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해 질 녘, 태화강에서 볼 수 있는 10만 마리 떼까마귀 군무. 최승표 기자

해 질 녘, 태화강에서 볼 수 있는 10만 마리 떼까마귀 군무. 최승표 기자

태화강 생태 살아나며 까마귀떼 몰려 
떼까마귀 방문은 1960년대 울산의 산업화가 시작되며 ‘죽음의 강’이 됐던 태화강 생태계가 다시 살아났다는 신호탄이었다. 떼까마귀가 처음 발견된 2003년만 해도 이를 크게 반겼던 이유다.

하지만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떼까마귀 배설물은 태화강 일대를 산책하는 주민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환경단체가 나서서 청소하고, 울산시가 떼까마귀를 관광 자원화하게 된 계기다.

울산시는 앞으로 ‘운수대똥’ 외에도 떼까마귀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실 시범 운영 때 ‘떼까마귀 군무를 본다’는 것보다 ‘배설물을 맞는다’에 더 집중된 측면이 있어 일부 시민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다”며 “운수대똥 행사 외에도 떼까마귀를 홍보하기 위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한국을 찾는 떼까마귀 중 70%인 약 10만 마리가 울산으로 온다. 2017년 9만8523마리, 2018년 7만190마리, 2019년 10만2921마리, 2020년 11만300마리, 지난해엔 8만9320마리가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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