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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잘 팔린 렉서스도 휘청"…中서 무너진 日 자동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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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렉서스]

[사진 렉서스]

중국서 17년 연속 판매 상승세를 보였던 일본의 ‘다크호스’ 완성차 브랜드 렉서스(Lexus). 미국을 주무대로 삼고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렉서스는 중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2019년 4월엔 중국 시장 판매량이 미국 시장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20년 렉서스의 중국 내 월간 판매량은 평균 2만 대를 기록하며 토요타 전체의 중국 내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역전됐다. 올해 들어 렉서스는 중국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보험관리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렉서스의 올 1~10월 중국 시장 신차 판매 대수는 15만 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67% 감소했다. 이어 11월 판매량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일각에선 11월 판매량 추이대로라면 올 한 해 신차 판매 대수는 20만 대를 돌파하지 못하며, 이는 렉서스의 중국 진출 이후 첫 감소세라고 분석했다.

렉서스의 성장 둔화는 지난해부터다. 중국에서 꾸준한 매출을 보였던 렉서스지만, 지난해 신차 출하량은 22만 6000대로 전년 (2020년) 동기 대비 1%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렉서스는 중국에서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로 통한다. 그러나 판매량 부진과 함께 고급차 브랜드 순위도 함께 하락했다. 2012년 중국 신차품질조사에서 렉서스는 브랜드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경험이 있다. 2020년만 해도 렉서스는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2진영의 선두주자로, 캐딜락·볼보·중국 최고급 자동차 훙치(紅旗) 등의 타 프리미엄 브랜드를 훨씬 앞섰다. 그러나 올해 10월 훙치, 테슬라, 캐딜락, 볼보에 역전패하며 8위인 최하위로 밀려났다.

[사진 신화통신]

[사진 신화통신]

판매량 감소 이후 끝없는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렉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명성답게 그동안 가격 인상으로 유명했다. 2019년, 출시 당시 한화 약 1억 원에 팔리던 렉서스의 미니밴 LM 모델은 중국에서 80만 위안(약 1억 5천만 원)까지 상승했음에도 ‘없어서 못 사’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최근 판매량이 부진한 탓인지 렉서스는 가격 인하를 감행했다. 최근 시장정보에 따르면 렉서스 플래그십 세단 LS 시리즈 일부 차종은 이미 10만 위안 안팎의 할인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하락은 렉서스의 잔존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자동차유통협회가 발표한 《2022년 10월 중국 자동차 잔존가치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반년 사이 렉서스의 총 잔존가치는 10.2% 포인트 하락했다. 렉서스의 10월 잔존가치는 82.6%에서 79.9%로 하락하며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한때 ‘선진 브랜드’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렉서스는 왜 중국 시장에서 홀대받고 있을까.

세계 공장 중국인데, 렉서스 공장은 없다?!

렉서스의 올해 판매량이 급감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 수급 부족 등 연이은 글로벌 악재로 생산 차질이 일어났다. 렉서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기업 토요타는 올 상반기 렉서스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일본 공장 라인을 포함해 일부 국가의 생산라인 중단과 감산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토요타에 따르면 올 8월 렉서스 LX 모델을 포함해 현지 6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고, 9월에는 렉서스 LC 모델의 일시 감산이 이뤄졌다.

일본 공장 조업이 중단됐는데 왜 중국 판매량이 급감했을까.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렉서스 차량을 일본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경우 현재 중국에 공장이 없는 유일한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다. 모든 차체 조립까지 마친 뒤 완전한 자동차만을 중국에 수출한다.

코로나로 도시가 봉쇄되고 해상 화물 운송이 지연되자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은 더욱 악화했다. 렉서스의 올해 1~9월 월 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폭을 기록했고, 중국에서 전염병이 심각했던 5월은 판매량 최하위를 기록하며 1만 대 미만인 8441대를 기록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공장 조업 중단뿐만이 아니다. 렉서스의 판매 부진에는 중국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부상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훙치(紅旗)의 2021년 판매량은 30만 600대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성장률 역시 중국 고급 브랜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훙치가 렉서스를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른 해다.

중국 신에너지차의 성장도 렉서스의 시장 점유율을 넘보기엔 충분한 시장이다. 특히 중국의 3대 신에너지차 기업인 웨이샤오리(蔚小理, 웨이라이·샤오펑·리샹)의 활약은 전통 완성차 기업들도 맥을 못 추게 한다. 올해 1~11월 웨이라이는 10만 7000대, 샤오펑 10만 9000대, 리샹은 11만 2000대를 인도하며 판매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렉서스는 2030년까지 약 100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동시에 전동화 분야의 기술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에너지차 출시는 렉서스의 전통적 강점을 희석한다는 평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렉서스의 전동화 부문은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었으며, 서비스 역시 웨이샤오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이점이 없다고 분석했다.

[사진 렉서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 렉서스 홈페이지 캡처]

지난 5월엔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렉서스 9천여 대를 리콜하기도 했다. 시장 총국은 성명을 통해 도요타 중국 법인이 2021년 3월 31일부터 지난 3월 17일 사이에 제조된 수입 렉서스 NX 260, NX 350h, NX 400h+ 모델 6천832대를 리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디스플레이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리콜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월 광시성에서 렉서스 LM300h 모델을 몰던 차주에 사고가 발생했는데, 차량의 모든 문이 열리지 않아 차량이 폭발할 때까지 승객을 구조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 사고 발생은 품질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감을 잃는 계기가 됐다.

렉서스뿐만 아냐… 중국 시장,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무덤 될까

렉서스의 중국 시장 판매 둔화는 일본 완성차 브랜드 실적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소비자가 일본 차를 찾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브랜드가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특히 중후한 외관이나 독창적 품질, 높은 경제성은 중국 중산층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런데 올해 대부분의 일본 차 브랜드가 중국 시장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1월 중국 내 판매량이 마쯔다와 닛산은 50% 이상, 토요타는 18.4%, 혼다는 4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1월 혼다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3%, 닛산은 20.2% 감소했다.

일본 자동차의 중국 매출 감소는 중국의 신에너지차 전환과 관련이 깊다.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신에너지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연료차 판매는 급감했다. 중국승용차연합회(乘聯會)에 따르면 11월 중국 연료 승용차(신에너지차 제외) 판매량은 105만 대로 전월 대비 18%, 지난해 11월 대비 27% 감소했다. 1~11월 중국 내 연료차 소매 판매량은 1334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를 포함해 혼다·닛산은 여전히 연료차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중국 합작 자동차 회사가 중국 시장에 내놓은 순수 전기차량은 10개 안팎으로,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높지 않아 월별 판매량은 평균 수백 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둥펑 자동차와 일본의 닛산이 합작해 만든 둥펑닛산(東風日産)의 ‘실피(軒逸)’나 ‘코롤라’ 등 클래식 연료 모델이 잘 팔린다고 해도 일본차 점유율 하락을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1월 일본 브랜드의 중국 내 소매 점유율은 15.3%로 전년 동기 대비 6.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비야디(BYD) 등 신에너지차 업체가 부상하면서 합작이 아닌 독립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 11월 독립 브랜드 소매 점유율은 53.4%로 전년 동기 대비 7.1%포인트 증가했고, 1~11월 누적 점유율은 47%로 전년 동기 대비 6.3%포인트 증가했다.

2021년 12월 17일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에 위치한 신에너지차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2021년 12월 17일 저장(浙江)성 진화(金華)시에 위치한 신에너지차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연료에서 전기로의 전환에 비교적 보수적 입장을 취해오던 일본차 업체들은 올해 들어 더욱 명확한 전동화 전환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시장 점유율 축소에 직면해 올해부터 실제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토요타는 2023년 전체 판매량 중 신에너지차의 비중을 75%로 높이겠다고 밝혔으며 렉서스는 2035년까지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의 본격적인 변신을 앞둔 렉서스. 고급 브랜드 선두 자리로 복귀하기 위해 어떤 발걸음을 내디딜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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