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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이 반한 산청곶감vs고종 황제 진상 함양 곶감...축제로 승자 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얼었다 녹았다 말랐다…곶감의 계절

산청곶감(왼쪽)과 함양곶감. 사진 산청군 함양군

산청곶감(왼쪽)과 함양곶감. 사진 산청군 함양군

겨울은 곶감의 계절이다. 껍질을 벗겨 주렁주렁 걸어놓은 감은 겨울 찬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떫은맛은 사라지고 단맛은 깊어진다. 이때가 되면 곶감을 놓고 신경전이 펼쳐지는 지역이 있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경남 산청과 함양이다.

산청과 함양은 모두 곶감을 지역 대표 특산품으로 내세운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두 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습도는 낮은 편이서 곶감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곶감을 만드는 감 품종은 조선시대 고종 임금에게 진상된 ‘고종시’를 쓴다.

산청과 함양은 곶감 축제도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연다. 올해 제16회 지리산산청곶감축제는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제7회 함양고종시곶감축제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열린다. 양 지역이 축제를 통해 '곶감대결'을 하는 모양새다.

쫀득한 식감…도넛 모양의 ‘산청곶감’

산청곶감. 사진 산청군

산청곶감. 사진 산청군

지리산 곶감계 전통강자로 불리는 산청곶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넛’ 형태를 하고 있다. 45일 동안 1차 건조 뒤, 3~5일간 2차 건조하는 동안 2~3회 주물러 만든다. 여러 차례 주무르기 때문에 쫀득하고 차진 식감이 살아난다고 한다. 산청곶감은 수분이 25%로, 건시(乾柹) 기준 35% 내외인 다른 지역 곶감보다 적다. 달콤하고 쫀득한 산청곶감은 이 지역 1300여 농가에서 한해 70~80만 접을 생산,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1접은 100개다.

산청곶감이 국내 대표 곶감 중 하나로 꼽히는 가장 큰 요인은 ‘산청 고종시’ 품종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산청 고종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산림청·한국과수농협연합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산림과수분야 최우수상을 2016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받았다.

산청 고종시는 고려 시대부터 지리산 덕산분지(산청군 시천면·삼장면)에서 재배된 것으로 전해진다.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 『택리지』,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산청 지역 특산물과 공물로 감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산청곶감 축제도 국내 최고령(638년) 고종시나무에서 축제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제례행사로 시작한다. 이 나무는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에 있다.

산청곶감. 사진 경남도

산청곶감. 사진 경남도

엘리자베스 여왕 먹고 ‘감사 서한’ 보내기도
산청곶감은 해외에도 알려졌다. 산청군은 2010년 7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곶감을 보냈다. 지역 특산물을 국제적으로 브랜드화하자는 차원이었다. 10여일 뒤 영국 왕실 관리책임자로부터 “폐하께서 가장 진귀한 선물인 산청 곶감을 선물한 데 대해 감사의 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는 답신도 받았다.

산청곶감 선물세트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측으로부터 받은 감사 서한문. 사진 산청군

산청곶감 선물세트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측으로부터 받은 감사 서한문. 사진 산청군

2015년 2월 대통령 비서실은 사회 취약계층과 지도층 인사에게 보낼 설 명절 선물로 산청곶감을 선정했다. 2017년 스리랑카 대통령이 국빈 방한했을 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표단이 왔을 때도 만찬 후식으로 산청곶감에 호두를 넣은 ‘산청곶감 호두말이’가 등장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곶감 명성을 이어가겠다”며 “이번 축제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산청곶감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식감…까마귀 모양의 ‘함양곶감’

함양곶감. 사진 함양군

함양곶감. 사진 함양군

반면 함양곶감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화했다. 지금은 산청과 경북 상주·강원 영동 등 국내 주요 곶감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양곶감은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수분 농도도 건시는 30~35%, 일반 곶감보다 덜 말린 반건시는 45~50%로 산청곶감보다 높은 편이다.

함양 고종시 곶감은 씨가 없고 껍질이 얇아 육질이 부드럽다. 또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함양곶감 생김새는 까마귀 머리처럼 뾰족한 삼각형 형태에 색도 까마귀 몸통처럼 검붉어서 오시(烏枾)라고 불린다. 함양곶감은 500여 농가에서 한해 23만 접을 생산해 2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종이 감탄한 ‘왕의 곶감’

지난 5일 경남 함양군 서하면 곶감 경매장에서 지리산 함양 곶감 초매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경남 함양군 서하면 곶감 경매장에서 지리산 함양 곶감 초매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함양군은 함양곶감을 ‘왕의 곶감’으로 홍보하고 있다. 축제 주제도 ‘왕의 귀환 함양고종시 곶감’이다. 조선 말 고종이 함양곶감을 먹어보고 그 맛에 감탄했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이보다 앞선 500년 전인 1400년대 함양군수 김종직은 자신의 문집 『점필제집』에 감나무 가지마다 매달린 감을 알에 비유하면서 함양군 마천면이 곶감으로 유명했다고 전한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은 음식평론 책인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지리산 오시가 곶감 만드는 데 좋다”고 썼다.

함양군 관계자는 “함양군 고종시 곶감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으로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축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함양곶감. 사진 함양군

함양곶감. 사진 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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