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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대출 더 어려워져, 금융기관·기업 상생 방안 찾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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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호 03면

이석 변호사

이석 변호사

“금융사들은 이미 내년 하반기 대출까지 검토에 들어갔다. 내년 1분기부터 대출 연장 실패로 경·공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부실자산관리 및 위기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이석(사진) 변호사는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게 단지 부동산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생존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돈줄이 막히면서 버티느냐, 포기하느냐를 고민해 온 기업들에 한층 더 혹독한 시기가 닥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종은 금융과 부동산, 도산 부문에서 전통의 강호로 손꼽히는 법무법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사태를 거치며 부실자산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이곳의 부동산대체투자그룹을 맡고 있는 이 변호사는 금융그룹장인 장윤석 변호사, 도산팀 팀장인 최복기 변호사 등 30여 명의 전문가그룹과 협력해 경제 위기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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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발작을 가져온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기 한두 달 전부터 이미 전조 증상이 발견됐다. 그는 “리먼사태에서 회복한 후 10여 년간 부동산 대체투자그룹은 쉼 없이 달려왔는데 어느 날 일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갑자기 부동산 거래 문의가 사라진 것이다. 리먼사태 직후 6개월 정도 부동산 거래가 멈췄던 당시와 분위기가 흡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신, 기업금융팀과 도산팀이 바빠졌다. 부동산 개발회사(시행사)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 지 묻고, 시행사에 돈을 빌려 준 금융사들은 담보 실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채권 및 실물시장의 부실사례가 급증할 상황이어서, 부동산·금융·도산 분야 전문가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다. 위기대응팀을 꾸린 배경이다.

그는 최근 SK그룹이 부산의 알짜땅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선 것에 대해 ‘의미심장한 시그널’로 본다. 대기업조차 현금 확보가 생존의 최우선 전략이 됐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 대출 관련 기존 대출의 연장 실패와 신규 대출 제한에 따른 문제는 기업들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담보 대출을 연장하거나 신규로 받을 수 없는 중견기업들은 사채 이자를 물고서라도 현금을 가진 기업에 손을 내미는 움직임도 포착된다”며 “해외 자금에 줄을 대려는 시도도 있는데,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경제 한파는 미국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국면이라고 진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연쇄적 충격 없이 위기를 잘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레고랜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와 상가부지 분양 계약을 체결한 C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C사는 2차 중도금 대출 실행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전달받았으나, 세종의 부실자산관리팀이 담보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득해 대출이 연장되도록 지원했다. 이 변호사는 “금융권은 리스크 예상 시 메뉴얼을 따르지만, 기업의 자금난이 일시적 어려움이라면 담보 실행에 앞서 계약 연장이나 적절한 금리 조율 등으로 위기에 상생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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